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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우연히도 돌아본 그 거리에
뒷모습을 닮은 너를
내 눈은 잊은 눈물로 기억하네요
중략
조금씩 지워져 가는 너의 모습에
내 하루는 우연히 너를 만납니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中)
누군가를 잊어야 하는 일이 힘들 때 그러면서도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것이 야속할 때 시인은 우연히 너를 만난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을 그 사람으로 착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로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마음 아픈 사연을 시로 잘 표현하는 시인을 만났습니다. 읽는 내내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지고 어떻게 이런 상황을 시로 표현하였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림이 딸린 시들은 그렇게 유년의 기억도 가족의 기억도 부모에 대한 기억도 시로 만들어 돌아옵니다. 따뜻하게 보이는 시 속에는 아픈 사연들이 줄줄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사람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직은 잊는 데
익숙하지 못한 놈이라서
나는 이곳에서
아주 가끔 그대
그리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스터데이 중에서)
잊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 사람과 같은 곳에 있었던 기억은 더 잊는 일을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어느 멍하게 길을 걷던 순간 그와 같이 있던 공간에 혼자 있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겠지요. 잊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것을 탓하면서 ‘바보’라는 말을 하겠지요. 시에 담긴 이별은 읽는 사람의 한 순간을 공유하게 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가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준 시인은 삽화로 옛 아이들의 모습을 삽화로 넣었습니다. 이성의 사랑을 생각하고 이별을 생각할 즈음 그림을 보면 가족이 생각납니다. 시 속에도 연인에 대한 생각 보다 가족을 더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는 가족이라는 그늘을 노래하며 따뜻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들게 커온 시절의 시의 한 구절도 어쩌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림과 시가 잘 어우러진 시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