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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글의 여운을 더 오랜 시간 기억하곤 합니다. 정여울은 생텍쥐페리를 그렇게 기억합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어 나가듯이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글에서 한 줄을 가져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생텍쥐페리를 기억하고 생각하고 느낌을 담아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린왕자의 기억만은 아닙니다. 그의 일생과 그를 항상 기다리면서 평생을 보냈을 그의 아내 콘수엘로를 생각해 내기도 합니다. 어린왕자 뿐 아니라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등에서 정여울은 자신을 글을 담아 내 옵니다. 아마도 그 것이 즐거운 생텍쥐페리를 기억하는 방식이겠죠.
생텍쥐페리의 글은 길들임의 이야기입니다.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길들이고 길들임을 당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겠죠. 생텍쥐페리는 그렇게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길들이고 다녔습니다. 남들이 무시하고 경멸해 하는 무어인과도 길들이기의 상호작용을 합니다. 사실 무어인을 알고 보면 작가의 말처럼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파생된 하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길들이지 못할 것 즉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어느 누구와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길들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아마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느끼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우리가 서로 나뉘고 의심하고 적대하는 이유를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작가의 밑줄은 제가 그었던 그 것과 다름이 있었습니다. 아니 같은 곳에 글을 의미 주더라도 다른 생각을 담았던 것이죠, 일시적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어린왕자가 후회라는 감정을 느꼈던 장미를 혼자 두고 온 것에 대한 생각에서 어린왕자가 느끼는 후회의 감정을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때 정여울 작가는 일시적인 것이기에 사랑은 더 절실하고 그리고 겸허하게 만들며 간절해 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곰곰이 다시 글을 읽어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사랑의 대상에 저는 그 것을 더 절실하게 원하고 담고 느끼고 기억하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그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현실을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할 터이니까요.
생텍쥐페리의 작품임에도 제가 접하지 못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정여울은 많은 생텍쥐페리의 생각을 담아내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그리고 글을 만들고 생각을 더해 냅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 곳을 잃어가는 생각의 끝에 어쩌면 고향에서 자주 보던 꽃 한 송이가 영혼의 나침반이 되었을 것이라는 그녀의 한 줄에서 저는 제가 익숙한 고향의 그것을 생각해 봅니다. 익숙한 고향의 그 것이라기보다는 저에게 익숙한 삶의 공간을 말하는 것이겠죠. 모두에게 그렇듯 돌아가야 할 그 곳이 영혼의 고향이 아닐까요.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공격한 독일 군인은 자신이 떨어뜨린 비행기가 생텍쥐페리가 아니기를 기도했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를 읽고 감동을 받았던 그가 자신의 손으로 그 작가를 공격하였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전쟁이 가져온 상황은 개인이 막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텍쥐페리는 아쉬움을 남기고 떠났지만 그의 글 하나 하나는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울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글 속에서 말입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남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숨 가쁜 심리 게임이 아니라,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빛,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빛이었다. Page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