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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담배를 핀다
칠흙 같은 바다의 어둠과 침묵 그리고 소멸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오는 허무의 꽃 꿈인지도 모른다 
꿈의 꿈인지도 모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 
꽃가지 언제부터인가 눈에서 키에서 검은
입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꽃 웃음의 끝 울음의
끝에서 환히 피어오르는 허무의 꽃 가슴 저 끝에
뿌리박은 듯 뻗어 올라 가슴 가득 뒤덮은 능소화
푸른 잎 속에 피어오르는 주황빛 저 꽃. 

.................................................................... 

'능소화' 란 시를 만나고 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늦봄에서 초가을 까지 진초록빛 잎과 가지 끝에 터진 주황빛
꽃송이를 주렁주정 달고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폼이란! 처음 보고 반한 꽃 중에 하나이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 하여 옛중국 정원에서 즐겨 심던 꽃이라 한다. 줄기는 낭창하게 늘어지기는 하나
어디를 휘어감고 오르거나 온전하게 기대어 서 있지 않는다. 도도하게 서서 살짝 팔만 걸쳐둔 폼세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붉은 장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  

시인은 능소화를 허무의 꽃이라 부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로 생을 다하는 능소화.
우리의 생도 저러하거늘!!! 
미망에 사로잡혀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이내 사그라지는 허무의. 

능소화는 그야말로 불현듯 만나게 되는 '마주침'과 같은 꽃이다. 
마음 속에 환하게 퍼지는 그리고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돌아서서 후발되는 향기에 코끝이 찡한,
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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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는 정말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꽃이더군요.
아파트 단지 내 두 곳에서 그 꽃이 피는데, 처음 마주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
위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더군요.

맞아요, 마주침의 꽃이란 표현.. 바로 그거예요.

꽃도둑 2011-06-18 12:58   좋아요 0 | URL
아파트 단지 안에 그 꽃이 있단 말에요?...와우~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는 명자꽃이 피는데..명자꽃 ㅋㅋ 촌스럽지만
꽃은 정말 예쁩니다.. 그것도 반했죠,,, 항상 짝사랑만 합니다...ㅜ.ㅜ

2011-06-18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8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캄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휜칠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유심, 2010년 5.6월호>

................................................................................................................... 

   아무런 냄새도 맛도 나지 않는 물맛을 알아간다고 말하는 시인, 그 무슨 경지인가?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물맛을 느끼지까지 오래 살고 볼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절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내 것이었던 것들과, 내것이 되고자 했던 것들로부터 손을 놓아 버리고, 그 마음을 놓아 버릴 때 담박하고,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의 물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내리 꽂히며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냉수 한 잔. 

세상은 너무 달짝한 것들로 넘쳐난다. 담백하고 우직한 맛은 설 자리가 없다. 오래도록 깊이 음미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밀쳐두고 당장 혀끝에 감기는 맛과 향에 취해서 산다. 우리는.
그래서 이 시는 비단 맛에 관한 것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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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당장 혀 끝에 감기는 맛에 취해서
물 맛을 잃어버렸네요. 시원하게 호흡할 수 있는 페이퍼, 넘 좋아요.

저는 요즘 상념을 멈출 수 있는 페이퍼가 젤 좋아요.
상념이 하루종일 머리 터지게 떠다니고 있거든요. ㅠㅠ

꽃도둑 2011-06-02 12:52   좋아요 0 | URL
머리 터지면 그 파편 제가 다 주워담을 거에요...ㅋㅋ
신호로 알려줘요~

저도 이제 조금씩 페이퍼에 재미를 좀 붙여볼까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뭐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래서 시를 앞세워,,,,^^

굿바이 2011-06-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훤칠한 물맛! 오만가지 기억을 다 끄집어내 그런 물맛을 내가 알고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담박하고, 훤칠하고,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뭔가를 저도 열심히 익혀야겠습니다. 몰골은 허름해도 꽤 근사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꽃도둑 2011-06-02 16:25   좋아요 0 | URL
그쵸? 사람도 훤칠한 물맛 같은 사람이 있어요. 씹으면 씹을 수록 맛이 나는 사람.
우리 그런 물맛 같은 사람 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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