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일;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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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힘인가, 착시현상인가, 잔상인가,
그대 떠난 자리에 그대가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주체의 문제일까? 객체의 문제일까?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노릇,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
아, 나도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