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 푸른숲 생각 나무 14
조지아 암슨 브래드쇼 지음, 김선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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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물질‘로 칭송받던 많은 신물질이 역으로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지요. 손목시계 시침분침 야광처리용도로 쓰였던 라돈도, 거제포로소용소 포로들의 몸소독을 위해 썼던 DDT도, 여름 휴가철 삼겹살 구워먹는 판으로 썼다는 석면도...위협물질 리스트에 올랐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위협물질은 플라스틱이 아닐까 싶습니다. 플라스틱과 “빠이빠이” 선언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플라스틱 좌변기 위에 앉아있었더라는 웃지 못할 ’지구촌 토막 뉴스‘가 생각나네요. 아무리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거나 멀리해도, 한 달 평균 1인당 신용카드 한 개 분량씩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지요?PET병에 담겨오는 생수, 육수용 멸치의 내장, 겨울철 폴라폴리스 방한 의류들, 플라스틱 수세미로 닦은 식기들을 통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니까요. 공포도 이런 공포가 따로 없습니다.



[플라스틱 지구]라는 제목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플라스틱 디스토피아'는 근미래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플라스틱을 ’제거할 적‘으로만 성토하려는 목적도, 플라스틱 근절하자는 비현실적 제안을 하려는 목적에서 쓴 책이 아닙니다. 21세기 지구인이 이처럼 두려워하는 인조 플라스틱이 불과 150년전에는 기적의 물질로 칭송 받았으며,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지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플라스틱이 워낙 값이 싸고 쓰임새가 다양하고 만들기도 쉬우니 사람들이 그 편리함에 혹해서 온통 플라스틱에 의존한 게 문제이지요.

[플라스틱 지구]는 우리가 눈 뜰 때부터 잠드는 그 순간까지 플라스틱에서 단 일분도 자유롭기 어려운 현실을 어린이 눈 높이에서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나아가, 왜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지, 실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물티슈를 박스째 쟁여두고 생활필수품 취급하시는 분도 많으실텐데, 2018년 영국 템즈강에서는 불과 35평 면적에서 자그마치 5,000장의 물티슈를 수거했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지구]는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플라스틱 제품을 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 구체적 행동방안도 제시합니다. 개인컵을 휴대하는 작은 실천부터,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아 기업체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최소화 혹은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몇 분, 길게야 몇 십분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포크 대신에 억새꽂이를 사용해 보면 어떠할까요?





[플라스틱 지구]는 학교 선생님들께서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책의 후반부에,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위시한 환경 다큐멘터리 자료와 환경용어 등을 자세히 안내 해주었거든요. [플라스틱 지구]를 어린아이에게 많이 읽어 주는 것도 작은 환경 운동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엄마가 요구르트 병에 꼽아서 건내주시는 플라스틱 빨대도 ‘엄마, 저 빨대 없이 마실래요!’ 하며 어른들을 되레 일깨워주는 지구사랑 어린이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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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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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들어오자마자, 동네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걸어 놓았는데 히야! 3달을 기다려서야 내 손에 들어오다니! 불과 석 달 만에 책표지가 누덕해졌다. 얼굴 뾰루지 솟는 데는 무심해도 책 너덜거리는 데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로서는 일단 촉이 솟지만, 꾹꾹 누른다. 그만큼 김훈 작가님을 알아 모시는 애독자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으로.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다. 

[연필로 쓰기] 첫 페이지



故 올리버 색스, 故 이윤기, 故 장영희, 내촌목공소 김민식, 그리고 김훈, 내가 책 읽다가 흠뻑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들은 우연일까? 세상 살아오신 날들이 많거나 이미 세상을 뜨신 분들이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이들이 연륜에서 나온 사색의 힘을 보여주는 나이여서가 아니라 참으로 겸손하여 이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릇"이라는 작은 단어에 담을 수 없도록 정신은 높게 활공하는 데도 참으로 스스로 낮추시니 그 겸손함을 흠모하는 것 같다.


정작, 김 훈 선생님 소설을 안 읽었다. 『공터에서』가 유일하고 산문집도 『라면을 끓이며』만 읽었다, 어쩌다 온라인 신문 기사에 기고하신 글들은 찬찬히 읽었다. 그런데도 이 분을 감히 알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나는 김훈 작가가 무척 좋아진다. 좋아지는 이 마음을 어쩌기 어렵다. 1948년에 태어나 역사의 질곡을 보고 겪고 살아오신 어르신으로서도 좋고,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서도 존경스럽다. 감기 걸려 소아과 병원을 찾는 어린애를 살뜰히 살피는 젊은 엄마를 어여삐 보는 그 마음, '날 잡아봐라' 하듯 21세기형 춘향몽룡 놀이하는 젊은이들의 연애놀음에 흐뭇해하시는 그 마음도 고맙다.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 울컥, 눈물이 솟구쳤는데

이건 김 훈 작가님만이 부릴 수 있는 요술이다. 작가가 걸었던 남한산성, 일산 호수공원, 멀찌감치서 바라본 건져올려진 세월호,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수집했던 할매들, 상갓집의 친구들, 함께 만나고 본 것 같은 시간감이 느껴진다.


지난주 최대 수확이었던 올리버 색스 교수의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에서도 느꼈지만, 겸손하고 큰 분들이 어느 선에 오르면 다음 세대의 정신적 안녕을 걱정하시나 보다. 임종으로 향해 가던 병상에서도 올리버 색스 교수는 스마트폰 좀비가 되는 요즘 사람들을 가여워하고 안타까워했다. 김훈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페이지 곳곳에서 동물성을 잃어가는 전자회로 부품이 되어가는 젊은 사람들, 어린이들을 안타까워한다.


일흔이 넘으셨으니 이제 '할아버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분은 대신 살아 있는 순간순간 감각을 최대한 누리고 감사해한다. 오이지의 씹히는 맛, 자전거 라이드 길가에서 들이키는 냉면육수의 숭고함, 우륵과 황병기 선생님이 올려다보았을 별 밭 아래서의 겸허함, 감각으로 넘친다.

삶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덕분에 보는 것 같다.

고마운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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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권? 700권? '처분'이라는 단어조차 불손하게 들려서 내보내지 못하고 같이 사는 그림책이 수백 권입니다. 미니멀리즘을 방해하는 공간 잠식력 때문에 '이고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림책에서 수액을 얻던 시절도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옛 애인 만나는 기분으로, "그림책 now"전에 지난 5월 다녀왔습니다. "세계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나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110여명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300여점을 전시했다고 하네요.


"그림책 now"전은 '서울숲' 근방에 '겔러리아 포레' 전시관에서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건물은 쉽게 찾았는데 정작 전시공간 찾느라 조금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하에 있습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의 2018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수상자 이고르 올레니코프(러시아)의 원화 작품을 위시해 아시아 최대 국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인 ‘나미콩쿠르(NAMI CONCOURS)’의 2019년 수상작, 세계적 권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의 2017년 선정작 등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과 동일한 혹은 비슷한 느낌으로 포토존을 군데 군데 설치해 놓아서 전시장 내 동선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입니다



마음을 사로잡은 공간이 있었는데,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전하기가 어렵네요. 위 사진 속 의자 3개 보이시죠? 누워서 편히 있으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이 동영상으로 지나갑니다.



‘나미콩쿠르(NAMI CONCOURS)’ 수상작입니다.

위 영상 속 점 무늬가 뭘까요?^^ "망중한"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힌트만 드릴게요. 기가 막힙니다! 주말에 가면 저 벤치에 오래 머무를 수 없겠죠? 평일이 좋은데 "그림책 now"전은 이번 주말까지 전시 마감이니 아쉽네요.


"그림책 now"전 포스터 속 그림의 작가가 그린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션, 할머니가 마주하고 있는 이미지의 상단에 젊은 날의 할머니로 보이는 인물이 즐겁게 춤 추고 있습니다.


그림의 힘이라니! 선 몇 개, 농담의 변화만 주었는데도 베짱이의 무기력함이 느껴지네요.




큼지막하게 전시해놓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종이책을 통해 페이지 넘겨가며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평면이지만 전시장내 공간 구성을 독특하게 해서 공간감과 입체의 묘미도 즐길 수 있습니다.




둘러보는 데도 족히 1시간은 걸릴 텐데, 이렇게 작은 그림책 도서관도 전시장 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뜰리에 수업도 있고요. 그러니 전시장 나오면서 아쉽지 않으려거든 넉넉히 2~3시간은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내일까지 전시 마감입니다. 그림책을 수액삼아 파릇하신 분들이라면, 서울숲 나들이 연계해서 동선 한번 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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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먹는다! 햄만 빼내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일 안 생기게 그냥 먹는다!

자장면! 간혹 일부러 찾는다! 물론, 돼지기름으로 야채를 볶았다는 걸 알아도 그냥 먹는다! 


이중적인 면모.


그런데, 21시 주말 늦은 시각. 상가 거리를 지나다가, 이 문구가 많이 거슬려서 사진을 찍었다.

불편하다. "6개월 미만 어린양만 사용"

"6개월"도 불편한 데, "사용"이라니! 


『호모 데우스』를 읽다보면, 더더욱 다른 동물의 살을 탐하는 습성이 불편해지던데

위 문구를 보니 한동안 김밥이며 자장면에도 젓가락이 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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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업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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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unny Side Up』 이라. 노란 스마일리(Smiley) 아이콘 닮은 달걀요리가 떠오른다. 왠지 쾌할한 캐릭터가 '밝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겠거니 싶었다. 추측이 반쯤만 맞았다. 주인공 'Sunny'는 어리버리 미완의 어설픔이 되레 사랑스러워 보이는 소녀이지만 마음에 어두운 고민을 감추고 있으니까. 


https://www.bookbugkalamazoo.com/event/meet-jennifer-matthew-holm-kpl


뉴 베리 상(Newbery Honor Winning)을 세 번이나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그래픽 노블 첫 페이지를, 그녀의 친남동생 매튜 홀름은 하강하는 비행기 그림으로 꽉 채웠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 비치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소녀가 내린다. 마중나온 할아버지는 가슴팍 높이까지 자란 손녀, "Sunny"를 "큰 아기"라고 부르신다.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거야." 하며 환대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밝은데, 정작 'Sunny'의 표정은 뚱하기만 하다. 하긴, '55세 이상을 위한 은퇴자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10代'이니 친구들과 파자마파티 할 때의 표정이 나올리가 있나.


 

『Sunny Side Up』은 은퇴촌 방문객인 10대 소녀 'Sunny'의 느리게 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슨 연유인지 가족과 따로 혼자 플로리다를 방문해서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풀이 죽어 있고 언뜻 언뜻 우울해지는 'Sunny'. 은퇴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고양이를 찾아 드리고 받은 용돈으로 만화책 사서 읽을 때만 반짝 신나는 표정을 짓지만 Sunny의 얼굴은 순간 순간 어두워진다. '작은 소녀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느덧 소녀를 좋아하게 된 독자는 'Sunny'를 걱정하고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Sunny Side Up』에도 스포일러가 있다. 초등학교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Sunny'의 뒤편으로 긴 그림자가 보인다는 정도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Sunny Side Up』을 읽으며 어린 시절, 특히 감수성 예민했던 중학생 때 자주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시련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온다. 감당할 길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말했던 시련이란, 결국 성장기에 급증하는 몸무게나 선행학습해야했던 미적분의 난해함에 지나지 않았다니 이제와 생각하면 작은 시련일 수 밖에. 하늘이 꺼질 듯이 무거운 숨을 내쉬는 'Sunny'의 고민도 결국 3년, 5년, 50년 후에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로 남을 터이니.......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그래픽 노블, 특별히 자극적인 에피소드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도 없는데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이야기, 누군가가 겪었던 고민의 지나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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