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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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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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with almost any 'how'”. (본문 137쪽)  

 

 불손한 목적에서 이 책을 골랐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애서를 소개하는 글에서 누군가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 를 두 번 읽었다며 격찬했는데, 너무 의외였다. 그래서 직접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폭염 속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를 못 듣었을 만큼 푹 빠져 들었다. 내 눈으로  훑어지나가는 활자야 한 줄을 차지하겠지만, 빅터 프랭클이 그 한줄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겪고 생각했을지를 상상하면 죄스러울 지경이었다.

*

1946년 초판된 1부는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와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 더해 1984년 개정판에서 "비극 속에서의 낙관"이라는 장이 더해졌다. 1997년 집계했을 때 총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1억원 이상 팔렸다는 의 한국어판은 이시형 박사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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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 푸른숲 생각 나무 9
잔나 카리올리 지음, 안드레아 리볼라 그림, 이승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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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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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라는 문장이 비문일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우리에겐 인권이 있어요'가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 아닌가요?).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라는 책을 읽기 전에. "인권을 가지다," "인권이 있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데 비해, "인권이 없다"는 말은 그 자체가 불편할만큼 어색하게 들리지요? 그만큼 인권은 어찌보면 '인간다움'과 동의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장애들은 그 당연한 권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권리를 뒤흔들지요. 어린이에게 이 아픈 현실을 말해주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하지만, '갑질'과 차별이 일상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오히려 어린 시절의 인권 교육이 아이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내 이름을 씁니다.
나는 옳지 않은 것에 반대합니다.
나는 늘 공부하고 배웁니다.
그래야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42)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는 이태리 작가 잔나 카리올리가 쓰고 마찬가지로 이태리에서 포도도 키우고 그림도 그리는 안드레아 리볼라가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운 간결하고 쉬운 동시같은 형식으로 인권 관련한 해당 주제를 제시하고, 뉴스 기사식 정보로서 보충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은 / 사과처럼 예쁘고 달콤해. // 사과를 반으로 자르면 / 한쪽은 엄마고 다른 쪽이 아빠야."라는 동시같은 문구와 귀여운 사과그림을 제시한 동시에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이라는 설명글을 함께 실었지요. 이 책에는 이처럼 양성 평등, 사형제도 폐지, 교육받을 자유와 권리, 난민보호, 비폭력 운동, 성소수자의 인권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어린이에게 익숙한 이름 간디나 말랄라 등이 등장하기에 어린이 독자도 '인권'이야기라지만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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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를 읽으며 "타인의 피로 얻은 과실을 따 먹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고, 결혼하고 싶은 이와 결혼하는 것이 "타인의 피로 얻은 과실일까?"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또, 나 역시 그런 얌체족은 아닐까하는 뜨끔한 마음이 들어 놀란 것이지요. 어린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엇이 사람을 존중하는 것인지, 그 존중이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임을 어려서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의 추천사를 쓴 이탈리아 엠네스티 위원장 안토니오 마르케지의 말처럼, "인권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꼬불꼬불한 고갯길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용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길을 같이 걸어간다면 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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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 밥상 숨쉬는책공장 과학 아이 3
곽영미 지음, 송은선 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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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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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7월)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사슴이 뿔을 가는 달, 풀을 베는 달, 옥수수 모양이 뚜렷해지는 달.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여름" 본문 중에서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의 그 유명한 TED강연, "Teach every child about food  (https://www.ted.com/talks/jamie_oliver?language=ko)"을 보았다면 '토마토'를 '감자'라는 영국의 꼬마가 잊혀지지 않을 테죠? 호기심이 발동해서 1학년 꼬마들에게 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려보라고 했는데, 감자처럼 땅속의 줄기를 그린 친구, 나무를 그린 친구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이미 올리버 강연에 등장했던 영국 교실 풍경을 남 이야기라며 웃어 넘기기에는 여기도 심각하다는 뜻이겠지요.

*

솔직히 저도 이렇게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한여름에 겨울 과일이라 할 귤도 박스로 사들이고, 3분이면 식탁에 오를 레토르트 미역국도 종종 삽니다.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 식탁까지 왔는지도 모르고, 때론 음식재료의 이름조차  '그 나물이 그 나물' 의 태도로 넘어갑니다 합니다. 부끄럽네요. 부끄럽기에 더욱 열심히 "제철밥상" 책들을 찾아 읽고 책 속 지혜를 흉내내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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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들입니다. <자연을 먹어요> 시리즈와 장영란 모녀의 착한 책! 자연을 닮은, 자연과 친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부모와, 착한 먹거리에 관심 많은 꼬마들에게 열렬히추천하고 싶네요. 여기에 한 권 더하겠습니다. 바로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1월부터 12월까지 차근차근 그 달의 제철음식은 물론이거니와, 그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의 과정까지 세세히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동시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말로서, 각 계절의 대표 식재료와 계절의 변화를 노래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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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밥상"이 제목에 포함된 책들은 주로 채소, 과일, 곡류 위주로 제철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소개하던데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의 독특한 차별점은 이 책엔 유난히 해산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11월의 계절밥상을 소개하면서, 전어,꽃게, 홍합, 낙지, 옥돔, 청어, 연어까지 줄줄 등장합니다. 솔직히 제철 야채는 좀 알아도 제철 수산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도움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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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도, 페이지당 활자도 많지 않은데 <자연이 가득한 계절 밥상>은 다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글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거든요. 퍼즐맞추듯 계절의 변화에 따른 들과 바다의 미묘한 변화를 찾는 재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폭우로 엉망이 된 7월의 밭에서 고추가 초록색이었다면 8월의 밭에서는 더욱 빨갛게 익어 있지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완제품"처럼 카드 한 번 긁는 행위로 사 먹는 음식들이 실은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영글어 왔음을 그림으로 자연스레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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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은 단지 "밥상"만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땅과 비바람, 햇볕, 농부, 농사, 생물종의 공존. 인간의 삶과 자연, 그 순환까지.....정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도, 다시 한장 한장 천천히 마음속에 새겨가며 살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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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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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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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100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년을 버텨내셨습니까?"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그렇게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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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시 마감하려는 도서관에서 아주 우연히 제목, 아니 부제를 보았고 지체없이 대출했다. <100도씨>의 부제는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이었다. 주말 새로 읽기 시작할 책을 예닐곱권 쌓아두었는데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 단순히 기억하자면, "알아야 겠다. 잘 모른다."

*

비슷한 이유에서 저자 최규석은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로부터 처음 작업 의뢰가 들어왔을 때 거절할 심산이었다고 한다. "첫 이유는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1987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고 주변의 어른들 또한 직접적 기억이 없었다. (208)" 그런데 속상하게도 분명하게 기억나는 그 당시 사건은 있다. 바로 IMF 때, "금모으기운동"에 비할 수 있는 "평화의 댐 모금" 사건이었다. 오후 5시가 되어야 시작하던 공영방송이 이 무렵 왠일인지 종일 전파를 타면서 코 질질 흘리면서 돼지저금통 안고 나온 초등학생이며 쌈짓돈 들고 나오신 할아버지를 보여주었다. '참 신기하다.'하면서도 나 역시 저금통을 깬 돈을 "애국"하는 마음으로 모금함에 넣었다. 본문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고문하고 죽이고 단일사건으로 천명을 넘게 잡아가도! 댐 터진다고 공갈치면 그걸로 끝이야. 북한에 마징가가 있다고 해도 믿을 사람들이야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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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화백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겁을 먹고 벌벌 떨 (211)"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100도씨> 덕분에, 왜 사람이 끓어야 하는지, 한 사람의 열걸음이 아닌 "열사람의 한 걸음"이 더 힘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최규석 작가는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였던 철거민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맞고 쫓겨나고 잇고, 노동자들은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이후로 수십년째 줄기차게 목숨을 버리고 있지만 연예인 성형 기사에 묻히는 실정이다. (208)" 마찬가지로 본문의 표현인 "타인의 피로 얻을 과실을 따먹고 있는 (209)"사람들이 감사는 커녕, 애써 얻은 과실이 썩어가는 데도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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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도씨>는 처음에 학교에 배포될 목적으로 CD롬 형태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애초 교재의 용도였는데, 강좌형식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강의를 덧붙여 다시 펴낸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이 읽었을 테고, 더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프2주차의 도서 자유리뷰를 <100도씨>로 정해보았다.  작년 가을부터 올 봄, 촛불이 뜨거웠는데 100도씨였을까? 촛불이 꺼지지 않으려면 한 사람이 아니라, 열 사람, 또 백 사람, 염원하고 움직여야 겠다. 남의 피로 얻은 과실을 따먹지만 말도록 염치를 가지고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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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코리아 - 파란 눈의 미식가, 진짜 한국을 맛보다 처음 맞춤 여행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현숙 옮김 / 처음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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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Eating  코리아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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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코리아 (원제: Eating Korea)>의 2017년 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에 저자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의 <맛있는 베트남 (원제 EATING VIETNAM : Dispatches from a Blue Plastic Table)>덕분에 알게 된 저자의 블로그 "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서 반가운 한국 음식 사진과 출간 광고글을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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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영국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젊은이로서 1996년 한국 익산에 와서 영어를 가르쳤던 그레이엄 홀리데이은 이후 베트남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짬짬히 베트남의 거리 음식을 섭렵해나가던 그가 냈던 첫번째 저서 <맛있는 베트남>은, "처음북스" 출판사의 북디자이너가 누구였던지 정말 단조로웠다. 한 컷의 음식 사진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활자 after 활자"인 음식책이었으니까.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도 사뭇 다르다. 편집이 깔끔하고, 입맛 돌게하는 음식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는 소설도 쓰고 있고 명성을 많이 얻은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문장력도 일취월장한 듯 하다. 재미있다. 게다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 그리고 한국인의 독특성을 관찰한 부분이 참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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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진정성을 살짝 의심했다. 요샌 음식 이야기를 하면 다들 재미있어하니까. 게다가 홍어를 발효시킨 음식이나, 살아 있는 문어 멍게가 등장하면 영어권 독자들이 더욱 신기해할 테니까, 약간의 쇼맨쉽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를 읽어갈수록 그레이엄 홀리데이가 진심으로 한국의 음식을 알고 싶어하고, 이에 열정적인 노력을 쏟음이 느껴졌다. 6주 예정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아내에게 들려줄 선물로 강릉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간장 명인이 차려낸 간장게장 밥상을 앞에 두고, '양반다리'로 앉지는 못하나 좌식 밥상 앞에서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영국인이 몇이나 될까? 멍게의 풍미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알기에 부산에서 일부러 멍게를 실컷 먹는 외국인은? 게다가 기꺼이 홍어의 질긴 힘줄을 씹고 그 특유의 암모니아 향을 견뎌내다니! 그래서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1996년의 익산, 그 사람과 풍경을 상세히 기억하는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한국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입견이라도 있는지, 자꾸 한국의 변화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한다. 자신의 입으로, 한국에 비판적인 한국인의 입으로, 혹은 자신처럼 한국의 변화상에 비판적인 입장인 다른 외국인의 말을 빌어. 음식문화, 건축문화, 심지어는 성형과 화장의 대유행이라는 생활문화에서의 변화상까지 상당히 시니컬하게 묘사한다. 한국에 흥미있다는 외국인들에게 '인포먼트 cultural informant'를 자청하는 사람치곤 한국 문화에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자본을 드러내려는 이가 적지 않기에 난 이런 비평에 대해서 반은 흘려 듣고 반은 다시 생각해 본다.
*
그 와중에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인은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부끄러워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포함 외국인은 김치와 된장 등 한국의 맛에 중독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계속해서 한국 음식을 두고 사과하곤 한다. 너무 냄새가 난다고, 너무 맵다고, 너무 이렇고 저렇다고 말이다. 한국 사람은 비 한국인, 특히 동양인이 아닌 비 한국인은 절대 한국 음식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20)" 정부 주도로 한식의 세계화를 꾀한다지만, 정작 구체의 일상에서 한국인이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통찰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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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전작 <맛있는 베트남>에서도 "길거리 음식"을 예찬하며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종종 언급했는데, <맛있는 코리아>에도 한국인이라면 익숙할 파란색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과 삼겹살에 소주, 치맥이 등장한다. 그가 탐색하고 싶어했고, 실제 탐색한 것은 네이버 파워 블러거들이 현란한 사진편집술로 가공한 음식이 아니라, 명동의 뒷골목, 진주의 전통있는 비빔밥집, 제주의 조용한 해물밥집 등이었다. 그의 접근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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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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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외국 학자들이 한국의 "신명," "효," 그리고 "한 恨"의 "본질"을 집요하게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그게 더 집요하게 궁금해진다. <맛있는 코리아>의 곳곳에서 "한을 품은 여자가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한다'거나, "한국 남성은 '한 제조기," 등의 '한 恨'에 대한 문구가 튀어나온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바로 이 대화이다.

 

"알은 덤이야." 할머니가 말했다. "봐봐, 몇 개나 있는지 알겠어?"

"수입산인가요?" 내가 물었다.

끔찍함과 실망감이 할머니 얼굴에 나타났다. 내가 심하게 그녀의 한을 흔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91)

 

어떻게 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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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기질, 혹은 "한국적"이라고 사람들이 상상해온 것들에 대한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생각이나 그의 지인들의 의견이 곳곳 돌출한다.

"회사와 결혼하고 두번째로 아내와 결혼"한 한국 남자들더러 "내가 한국 남성이라면 지금쯤 자살했을 거예요."라든지

"(40대 이후) 한국인 대부분은 사춘기 이후 성장하지 못했어."라며 많은 한국의 중장년층을 "정신적으로 별난 희생자들"이라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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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맛있는 코리아>를 마무리하며, "내가 이 한국 음식 여행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제때에 한장면을 보고 담는 것뿐임을 안다. (508)"고 자신의 저서의 의미를 자평한다. 500여 페이지 본문에 내내 나오지만, 한국이 그만큼 미친 속도로 변화하면서도 방향성이 없고, 변하고자 하는 욕구만 있고 전통의 상실이나 잊혀짐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비꼼, 혹은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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