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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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Intelligence 우아한 관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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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의원 같은 프로파일러도, 추리소설 작가도 아닌 그저  "Criminal Mind" 등 범죄물 미드 팬일뿐인데 책임감까지 느꼈다. <우안한 관찰주의자 (원제: Visible Intelligence)>를 꼭 읽어야ʳ다는.  "지각의 기술 The Art of Perception"을 강의하는 에이미 E. 허먼 (Amy E. Herman) 이 썼다. 370여쪽의 두꺼운 이 책의 1/5쯤을 읽을 때쯤에서야 작가가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을 알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법학박사학위를 가진 전직 변호사로서 미술사를 좋아하다 보니 "지각의 기술"이라는 독특한 강의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실제 강연 동영상을 보면 성공한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신감이 말과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는 저돌적이라할만큼 일의 추진력을 갖춘 듯 하다. 강의를 구사하자 바로 NYPD(뉴욕 시 경찰국)에 전화를 걸어 경찰들을 박물관에 초대해 강연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각의 기술" 강연이 FBI, Google. 의대생, 미국 팬터곤,  네이비씰, 포천 5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14년 이상 계속되오고 있다니 참 대단한 여성이다.
*

휴대전화와 인터넷 때문에 끊임없이 집중력을 방해받는 산만한 시대에 예리한 지각력(perception)은 IQ만큼이나 떨어지기 쉽다.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즉 뇌를 충분히 써주지 않으면 퇴화한다. 에이미 허먼은 굳었던 정신근육을 훈련시키고 지각력을 높이는 ("sharpen perception") 데 미술작품을 데이터로 활용한다. 덕분에 독자는 <우아한 관찰주의자>에서 르네 마그리트, 주세페 아르침볼도,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 많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 미술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지각 훈련 연습문제가 등장하기에 독자는 독자는, 그녀를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았다하더라도 지각력 높이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아래 사진은 에이미 허먼이 모든 강연마다 강연 도입부에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며 활용하는 사진이다. "무엇이 보이는가?" 몇 분을 노려보아도 내겐 네 발 달린 동물이 이 그림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이 사진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든지 등의 지각 오류에 취약한 지각 필터를 지녔다는 것이다. 극복을 위해서는 치열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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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객관적 관찰과 기술"을 연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속 여성을 묘사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많은 응답자가 '대리석 탁자'를 들먹인다고 하지만, 검증된 바가 아니다. 틀리면 뭐 어떠냐고? 만약 이 사진이 범죄 현장의 단서를 담고 있는 증거라면 사소한 묘사의 실수가 어떤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지 책임질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잘못된 관찰과 묘사로 병원이나 법원에서 의사소통에 혼동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2014년 6월, 미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오인 폭격으로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동맹군 다섯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원인은 잘못된 소통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확한 관찰과 날카로운 지각은 단순히 개인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사회 내 의사소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척 중요한 자질이다. 발달시킬 필요가 분명하고, 발달 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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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잘 번역된 책으로서 에이미 하먼을 만나봐도 좋겠지만 유투브에 널려 있는 그녀의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이 질문받고 반응하는 방식, 그녀가 주장을 미술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배워볼만 하다. (내가 가진 편견으로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YES or NO보다는 회색지대의 두리뭉실한 대답이나 반응으로서 상대의 비호의적 태도를 유보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고 나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치밀히 관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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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 Mya

 

 

머라이어 캐리가 발단이었다. 그냥 봐도 100kg가 넘어 보이는 무딘 곡선에 담긴 그녀의 몸은, 데뷔시절의 그녀를 기억하는 팬으로서는 놀라운 변화였다. 세월을 탓하기에는 그녀의 정신 건강이 걱정될 지경으로. Eating Disorder가 아니고서야 몸이 그렇게 부풀었다 줄었다 하기 힘들지 않을까? 먼저 드는 추측이 정서적 공허나 불안을 comfort food등으로 잠재우려하는 식습관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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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hollywood 유명인사 중 체중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특히 허벅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늘 이점이 궁금했다. 여대생들 많이 보는 패션 잡지의 용어를 빌자면 '하체비만'이 될텐데, 갑자기 체중이 는 여성 celebrity의 경우 허벅지가 갑작스레 두꺼워지는 것은 그네들의 식습관과 관련 있을까? 유제품과 육류를 선호하는 식습관.

 

이러다가 생각이 미친 게 Mya.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영혼과 목소리, 눈빛의 아티스트. 그녀의 콘서트장이 아닌 youtube동영상을 통함이지만 난 아주 자주 그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그녀에게 매혹당해 있다. 뮤지션 아버지를 두었고, 어려서부터 온갖 장르의 춤을 섭렵해서 가히 그녀의 20대에 춤으로 어떤 여가수에게 지지 않았다고 대신 주장해줄수 있다. 미국인들의 기준에서는 아마 '젓가락'처럼 마른 몸으로 탭댄싱, 재즈댄싱에 힙합 댄스, 현대무용까지 다 소화해해던 그녀가 2000년대 중반쯤, 거의 현재의 머라이어 캐리급의 허벅지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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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년, 20여년 전과 다름없는 외모로 전방위 활동중인 그녀는 다시 슬림해져있었다. 그녀만의 황홀한 눈썹소통이며, 딴 세상에 가있는 듯한 표정이 더 빛나보인다. 지난 10여년간 그녀의 인터뷰를 샅샅이 뒤져 보아온 나로서는 그녀가 'spirituality'를 무척 중시하고 추구하는 인물이라고 추정했는데, BINGO!

그녀는 윤리적인 이유로 육식을 포기했다고 한다. 다음의 인터뷰를 보면 그녀가 채식 이후 어떤 변화 (30파운드 살 빠지고 gym 덜 자주 가도 된다는 세속적인 잇점뿐 아니라 빈혈이 절로 낫고 영혼이 맑아진다는 궁극의 변화까지)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Way to go, Mya!

 

https://www.youtube.com/watch?v=rax-2smxzpk

 

Mýa, Proud Vegan: 'I No Longer See Product—I See 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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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51JxwgmB0A?t=13

 

반할 수 밖에 없는,

멀리 있지만 닿고 싶은 그대, M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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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인문학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 시리즈
이재은 지음 / 꿈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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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는 알아야 하는최소한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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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적 인류애: 법과 제도로 강화, 혹은 촉진 가능할까? '孝道법 (폐기됨)' '호래자식방지법'

  • 대한민국의 공동체 지수? 덴마크의 타인 신뢰도.

  • 루마니아 차우셰스크쿠의 강압적 출산장려정책: 1인당 5명씩 할당.

  • 최악의 살인지도자들: 캄보디아의 폴 포트 (1925~1998), 벨기에의 레오폴드2세 (1835~1909) 콩고인 대학살, 칠레의 피노체트(1915~2006), 그 가장 위에 아돌프 히틀러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 아무리 인문학 열풍이라하고, 인문학으로 질문하는 삶이 영혼의 풍요를 가져와준다지만, 그 '최소한'은 누가 정하는가? 무엇을 위한 '최소한'일까?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다. "이과형 인재를 위한 말랑한 지식"이라는 부제와 함께, 저자 이재은은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용산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신도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과를 지망하려는 중고등학생을 주요 타겟삼은 인문학입문서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소한의 인문학>에 등장하는 미셀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나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 레비스트로스의 이항대립,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banality), 데이비드 하비의 공간 계급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등의 개념은 대학 졸업장을 딴 성인에게도 생소할 개념들이 아닐까 싶어, 놀랐다. 아무리 인문학이 필요한 세상이고 세상이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지만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 쌓기'라는 목표하에 이런 고차원의 공부까지 더해야하나 싶어서.
오해는 마시라. <최소한의 인문학>은 최근 내가 읽어본 그 어떤 인문학 입문서보다도 잘 짜여진 구조에, 저자 고유의 목소리가 분명한 훌륭한 책이다. 내가 의아한 것은 이 정도 수준의 지식과 생각의 깊이를 어찌 중고등학생들에게 '최소한'이라며 ,강요 아닌 강요 할 수 있을까?이다. <최소한의 인문학>은 차라리 애시당초, 평소 거의 책을 읽지 않아 스마트폰 거북목 증후군에 있는 대다수 성인을 위한 책이라 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진심 <최소한의 인문학>을, 나와 내 가족 외 좀 더 큰 세상으로 '최소한'의 관심을 확장시키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

"정말 괜찮은" 이라는 평가적 표현에 독자의 오만이 깃들어있을지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내가 <최소한의 인문학>을 "괜찮은"이라 말한데는 이유가 있다. 얻어갈 게 참 많은 책이다. 저자 이재은은 철학과 문학을 오래 공부하고 '공동체'라는 이상을 품은 이답게, 시와 소설,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명저를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문학가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그에게서 한 수 배우다 보면, 이재은은 소위 타생적 학문의 언어일지라도 자기안에서 잘 소화시켜 자생적 사유의 뿌리로 바꾸어 놓았구나를 느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 이재은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배우기를 권한다. 결국 <최소한의 인문학>에서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학술용어의 얄팍한 암기가 아니라,  이를 적극 삶에 끌어와 질문하고, 또 그 질문함으로써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힘을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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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궁극적 관심은 '함께 살 만한 공동체' 만들기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고야의 판화를 시작으로 생각이 곧 사람됨이요, 행동과 변화를 위한 저항의 근간임을 일깨워준다. 이어 2장에서는 타자화(othering)로서 '우월한 나'에 대비한 '열등한 너(너희)' 만들기가 결국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갈등을 빚어냄을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류애가 필요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꿀수 있다며 유토피아의 요건을 4장에서 나열한다. 5장에서는 유토피아를 디스토피아로 만드는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를 대비시켜준다. 이재은 저자와 함께 유토피아 꿈꾸기에 동참하고 싶다. 꿈꾸다보면 고민하게 되고, 고민이 고민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촛불처럼 행동으로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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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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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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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잘 안 읽는 나조차도 2017년 뜨거운 '베스트셀러'가 <82년생 김지영>임을 안다. 여러 매체를 통해 혹은 입소문으로 많이 듣다보니 제목까지 친숙해졌다. 궁금함에 허겁지겁 게걸스럽게도 읽어버렸다. 1978년생 조남주가 썼다. 여대를 졸업한 조남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면서 등단한 소설가이다. 어린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소설을 잘 모르지만, 적어도 김훈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자세를 절로 고쳐 앉는 예를 갖추게 되는 독자의 눈에 <82년생 김지영>은 그렇게 치밀한 소설은 아니다. 작가님께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역작"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작품이 아니다. 뭐랄까, 여성잡지나 온라인 까페 '미즈들의 수다방'에 나올법한 수기 모음집같은 느낌? 그런데도 사람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찾고, 읽고 또 권한다. 그 김지영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을 투영하여 공감하고 열광한다. 나로서는 이런 소설이 2017년 한국의 대중에게 잘 어필하게된 이유가 흥미롭다.

*

먼저 '김지영'이라는 흔해빠진 이름을 앞세운 작가의 의도는 뚜렷해보인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80년대생 대한민국 여자들이 흔히 겪어보았고 겪고 있을 불평등의 모습을 그리되, 그 모습이 스펙트럼의 끝에 위치하지 않고 대표성을 지니게 한다. 그럼으로써 김지영의 경험이 많은 이들과 공통분모를 나눠갖게 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꾸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177)"라고 적고 있다.

*

가장 후련하고도 참신한 장은 1장인데, '빙의'들린 듯 김지영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툭툭 해낸다. 말투, 몸짓 언어, 어휘까지 대상의 것을 가져와서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는 데 쓴다. 예를 들어, 추석날 시댁에서는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중략)...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주셔야죠."라고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빌어 시아버지에게 한 마디 따끔하게 던진다. '할 말 다 하고 살려는' 아내로 인한 불협화음과 아내의 정신건강이 걱정이 된 남편 정대현씨가 아내를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하면서 김지영 씨의 생애사가 펼쳐진다. 2장에서는 82년생 김지영씨가 2남 1녀의 둘째, 샌드위치로 태어나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3장에서는 중, 고딩 때의 삶을, 4장에서는 대학생활과 사회 초년병 생활, 그리고 다시 5장에서는 결혼과 출산 그 이후의 모습이.......

*

읽는 내내, 정말 조남주 작가의 말처럼 '82년생 김지영'씨가 내 친구 중에, 내 동료 중에, 혹은 내 안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한번도 "국민학교" 시절 '남학생부터 1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남녀공학 여학생이었을 뿐인데  남학생과 똑같이 귀를 덮지 않는 길이의 짧은 머리카락을 강요당했을까? 여학생들 머리카락이 1cm씩 길어질 때마다 남학생들 SKY 1명씩 더 못들어간다는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뭔소리인가?"하며 못알아들었을까? 못알아듣는 척했을까? 생각해보면 김지영씨 못지 않은 벙어리였던 것 같고, 나뿐이 아닐 듯 하다.

행동하지 못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데 가장 불쌍한 건 머리가 깨어 있는 사람이다. 머리로는 부조리, 불평등을 인지하면서 바꾸려고 목소리를 내지도 저항의 몸짓도 못한다. 그러니 소극적인 '빙의'형식의 연극을 벌이는 것이다.

*

일부러 페미니즘 서적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 덕분에, 한동안 으쓱했다. 리베카 솔닛은 뼛 속까지 독립심이 강하다. 그래서 타격을 받아도, 내면의 힘이 강하기에 쉽게 굴하지 않는다. 차갑게 관조한다. 조용히 관조했다가 매가 먹이를 낚아 채듯 쏘고 간다. 그런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구조나 시스템의 변화, 인식의 변화는 좀 더 천천히 이뤄질 테니 개인들이 필요한 순간에 쏘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대한민국 사회 중년 남성들의 관점에서 남자로 살기의 애환을 그리고 있으니. <82년생 김지영>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바바리맨, 성희롱 상사, 관음증 몰카를 즐기는 직장 동료처럼 다 비루한 모습을 하고 있어 열이 받는 독자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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