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광화문에 발도장 찍고 가려던 그 시기 이후, 광화문 방문이 한 동안 뜸했지요. 그러다 지난 토요일, 10월 13일, 세종문화회관 들렸다가 무려 4시간을 머물렀다지요. 바로 소소한 시장에서. 나중에 검색해보니, 제가 오래 머물며 놀았던 그 행사 이름은 "세종예술시장 소소" 였어요.
https://www.facebook.com/sejongartsmarket
멀리에서 보면, 이런 분위기. 작은 장터 느낌.
내려가서 보면 말그대로 "소소한 마켓" "일상 예술가들의 소소한 교류터" 노래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훈훈한 대화가 있되 1회용 용기나 비닐봉지 없는 황토색 느낌의 공간.
아침부터 별다방 별따러 출근하는 단순 소비생활에 스스로 부끄럽고, 가상의 화폐가 오가는 비인격적 소비는 지루한데 "소소한 마켓"에서는 건강한 물질성이 있다. 만져지고, 그려지고, 당신도 살아 있고, 나도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요새 관행소비시장에서 sold out 히트친 '말차샷라떼'와 비할 수 없는 수제 '쌀 요구르트'도 맛보았고, non-GMO 땅콩 껍질을 까고, 새벽에 손수 찌어 나르신 수제 단호박송편을 우적인다.
10월 13일(토), 10월 14일, 10월 20일(토) 10월 27일(토), 11월 3일(토)
딱 5번 열린다. 오후 6시까지. 평소 물욕 없던 이라도 탐하게 될 물건이 많을테니, 미리 헝겊 장바구니를 챙겨가길. 플러스, 이왕이면 현금. 카드가 안 되어 구매 못하고 놓치고 온 물건이 있었으나 바로 '나무와 주머니' 공방 주인장 2분이 직접 깎고 다듬어 만든 나무 소도구들.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https://blog.naver.com/runaba 요 블로그에 놀러가보면, 나무 만들며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건이건, 먹어 없어지는 먹거리건 이야기가 담겨있고 만들어 낸 이들과 얼굴 마주하고 대하니, 소소한 마켓에서 족히 4시간 머물러도 지루할 수가 없다. 이 분은 이래서 멋지고, 저분들은 표정과 만들어낸 작품이 닮아 있어 멋있고, 저 동화작가님의 몸느낌과 동화 속 주인공 곰의 몸 느낌이 비슷해서 신기하고......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배우고, 물건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놀았다.
특히, 모심지 (母心地 ) 생산자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겸손함이 말투와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시는데 단단한 마음의 힘이 느껴져서 '외유내강'의 화신을 보는듯. 말 그대로 엄마의 마음을 담은 땅이기에 제초제, 화학물질, 몬산토에서 찍어내는 종자로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엄마의 자궁처럼 따뜻하게 지켜냈다. 그 땅에서 키워내신 땅콩과 호랑이 강낭콩은 참 맛있었다. 택배주문을 하니 풍성하게 보내주신다.
사진집 "노란 상자," 작가님의 어머니를 향한 애정이 강렬해서 사진집 넘기며 뭉클했었네요. 배 과수원을 일구시던 부모님, 아버지께서 부재하신 이후 어머니께서 계속 과수원을 이어가시는 모습을 시시떄때로 담아냈어요.
"우울한 곰"의 최수용 작가 앞에서, "우울한 곰"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마지막 페이지는 정말, 우울한 메시지인데....... 글 없는 그림책인지라 지시문을 넣기 어렵겠지만, 마지막 페이지 바로 전 페이지에서 잠시 멈추고 독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라면 어떘을까 싶다. 결말 A, 결말 B가 다르게 해석되도록. 꼬마들의 입장에서는 우울한 결말은 무섭게 느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우울한 곰"은 어른들을 주 타겟 삼은 작품일까? 최수용 작가님께 직접 물어볼 걸 그랬다.
소소한 행복. 역시 사람에게서 나온다. 토요일에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