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황금문명 엘도라도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일시: 2018. 8. 14 ~10.28

관람시간: 월,화,목,금 10시~18시 / 수, 토 10시 ~19시 / 일요일 & 공휴일 10시 ~19시 

 

 

구아타비타 호수(Lake Guatavita)에 얽힌 이야기 (위키피디아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Lake_Guatavita) 를 책에서 처음 접한 이후, 일상에서 문득문득 상상의 실타래가 계속 풀리곤 했습니다. 솔직히 세속적인 호기심이 제일 먼저 들었죠. 호수 바닥에는 정말  황금보물들이 가라앉아 있을까? 엘도라도는 전설일까? 이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수 물을 빼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느라 얼마나 많은 인디오들이 죽어나갔을까? 누군가의 탐욕을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함인지도 모른채 호수 물 빼내는 대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은 그 부조리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가당찮은 대작업을 지속하고 사람들을 지배한 정복국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마침 국립박물관에서 기획한 특별 전시, "황금문명 엘도라도 -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가 10월까지 열린다기에 다녀왔습니다.

1000원만 추가결제하면, "지도예찬" 전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답니다. 오디어북은 필수! 2대 대여했습니다.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사진찍고 픈 욕구 발동, 하지만 전시관 내부가 궁금한 나머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은 방해요소 없이 오롯이 혼자만의 리듬대로 관람한다면 족히 2-3시간은 돌아볼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프롤로그 제목인 "엘도라도의 전설과 스페인 사람들의 침략 역사"는 아래 한 장의 사진이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네요.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을 의례용 보물과 황금을 찾아 호수의 수위를 억지로 낮췄다고 하니, 실로 그 집요함에 놀라고 동시에 그 탐욕에 희생된 이들이 가련합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이 "엘도라도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상상, 수반된 고통과 착취"등의 서사가 거대한 3면에 투사됩니다.  

"황금문명 엘도라도" 기획해주신 전문가분들은, 관람객을 미지의 땅 탐험으로 이끌듯 공간에 신비로움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2부로 이어지는 복도에서는 이국적인 새소리 음향효과를 아우라에 섞에 놓았지요. 어떤 분일까요? 전시관 내부의 문장문장, 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현대인들, 특히 콜롬비아 밖의 외부자에게 엘도라도는 황금으로 채색된 상상계일뿐이지만 오늘날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엘도라도'는 과거가 아닌 현재형임을 강조하는 문구, 참 좋습니다.

2부 "장신구로 본 콜롬비아 원주민의 의식세계와 생활 모습"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개구리'였습니다. 켄타우로스처럼 신과 인간의 중간항의 존재에 힘을 부여하는 신화는 많이 들어봤어도 개구리는 의외였습니다. 물과 땅,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생명체이기에 옛 콜롬비아 원주민은 개구리에게 신성한 힘을 덧씌워 상상했다네요. 이런 맥락에서 박쥐도 장신구 모티브로 많이 등장하더군요.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시회에서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콜롬비아 옛 원주민들에게 고귀한 신분의 지표는 황금 장식뿐 아니라 '앉을 수 있는 권리'였다는 점이지요. 쉽게 말해, 아무나 앉을 수 없었답니다. 지체 높은 이들만이 앉을 수 있었고, 이는 그들이 남긴 물질문화를 통해서 역추적 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도 햇볕 아래 반짝였을 황금장식들로 치장한 '지체높은 사람' 
2018년 우리는 무엇으로 '높은 사람'을 판별하나요?


뼈항아리. 콜롬비아 옛 원주민은 사체를 2차에 걸쳐 처리했는데 2차 단계에서 뼈만 추려 담아 놓은 항아리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앉은 자세'를 또 얘기해야 겠네요. 아마도 '높은 사람'의 뼈항아리겠지요? 그렇게 높은 달덩이 혹은 태양같은 인물을 설정하고 그 자리를 계속 유지시켜야 사회의 질서 역시 유지되었던 것일까요? 

전시관의 4부 "신과의 만남"에서 의외의 전시품은 바로 코카흡입 용기 였습니다. 21세기에 볼리비아 대통령이 코카는 퇴치 대상으로서의 마약이 아니라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전통 식물이자 코카 흡입 역시 전통임을 세계에 천명한 적 있었지요. 


10월 28일까지 아직 여유 있으니, 스페인의 남미 침략의 역사 그리고 콜롬비아 원주민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꼭 국립박물관 찾으시기 바랍니다. "지도예찬"까지 찬찬히 관람하려면 3-4시간 확보하고 방문하길 권해드립니다. 아래 장신구가 어떤 캐릭터를 나타내는지는 직접 방문하여 찾아보세요. 육신으로서의 두 발이 땅에 메여 있는 존재지만 적극적으로 변신을 꿈꾸고 시도한 용감한 사람들이 남긴 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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