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뭐예요? 라임 그림 동화 12
호세 캄파나리 지음, 에블린 다비디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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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뭐예요?


 태권도장에서 어린 수련생들에게 효(孝) 교육을 시키는 와중에 동영상이 동원됩니다. 난민 아이들의 처참한 삶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한 후에, "자, 이렇게 고생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너희들은 부모님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식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반은 맞겠지만 심기를 불편하게하는 해석인듯 합니다. '난민'이라는 오명의 지위는 선택하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또한 어떤 이들의 불행을 누군가는 감상하면서 상대적으로 평안한 자신의 삶의 조건을 감사하는 데 쓰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난민이 어떤 사람들이냐? 왜 생겨나며 실태가 어떠하냐?"의 어려운 질문에 딱히 쉽게 대답하기도 어렵습니다.

놀랍게도 이 어려운 미션을 『난민이 뭐예요?』라는 그림책이 훌륭하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삶의 조건에 따라 난민이 될 수도 있음을 공감하게 하며 어떤 태도로 난민을 대할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니까요. 저자 호세 캄파나리는 그 자신이 이민자의 자손으로서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그는 '난민'에 관한 어려운 방정식을 아이들의 자유토론 형식으로 풀어봅니다. 할머니 댁에 손주들이 모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후안이 '나라도 없고, 집도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음식을 싸갔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난민'에 대한 아이들의 분분한 해석이 펼쳐지죠. 누구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기에 비민'이라고 부르자, 누군가가 그 명칭을 정정합니다.  고학년 사촌형은 난민이 심각한 재난을 입은 사람들이라  진지하게 설명했지요. 이처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저마다의 렌즈로 '난민'을 이해하고자 이야기를 쏟아내던 와중에 극적 반전이 이뤄집니다. 바로,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시다가 손주들 간식을 준비해주시던 할머니 눈가가 촉촉해지셨거든요. 불과 8살밖에 안된 꼬마였지만, 『난민이 뭐예요?』를 함께 읽다가 "할머니께서 왜 우셨을까?"하니까 바로 답을 알더군요. "할머니가 난민이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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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할머니 역시 난민이셨거든요. 누구보다도 나라와 집을 잃은 자의 설움을 잘 아시는 분이시죠. 호세 캄파나리는 구구절절 난민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야하는지 온정주의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난민 이야기에 할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던 그날 밤,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넉넉히 이불을 준비해서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혹시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할 누군가를 위해서......
『난민이 뭐예요?』는 간결하지만 아름답게, 삶의 조건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유도하는 그림책이네요. TV뉴스에서 등장하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아이가 있다면 꼭 같이 읽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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