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해 줄래? 라임 그림 동화 9
재니 루이즈 지음, 데이비드 매킨토시 그림,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모른 척해 줄래?

유치원생 시절, 전 제가 하늘에서 보내준 아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라디오에서 간혹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그건 하늘에서 제게만 들려주는 암호같은 소리라고 믿었지요. 어른들이 안 믿어줄 것 같아서 혼자서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믿음이 언제까지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모른 척 해줄래?』를 꼬마들과 읽는데, 어린 시절 기억이 갑자기 확 떠올랐던 거예요. 책 속 주인공 꼬마 아치 역시 자신을 '곰'이라 믿어요. 내향적이었던 저와의 차이점이라면, 아치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나는 진짜 곰이라고요!"를 외친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말을 했거나 안했거나 결과는 마찬가지. 어른들은 아치를 믿어주지 않았어요. 아치가 꿀을 잘 먹고 나무에도 잘 오르는 곰이라는 걸.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을 견딜 수 없어, 아치는 여행을 떠나지요. 곰으로서의 여행인지라 꿀이 필수였어요. 어둠 앞에서도 당당해야했지요. 씩씩한 곰이니까요. 그러다가 어스름 속에서 곰을 만났지요. 아치 눈에는 사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곰이었지만 곰이 자꾸 자신을 소년이라고 소개하네요. 동병상련. 믿어주는 이가 없을 때 상상의 날개가 얼마나 맥없이 꺾이는지를 아는지라 아치는 믿어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소년이라고 주장하는 곰과 함께 꿀 샌드위치를 나눠먹었지요. 곰은 아치에게 글씨 쓰는 법을, 아치는 곰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며 아주 친해졌어요. 곰가 아치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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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에서 한참을 놀았던 아치는 빨간 스웨터를 입고 따뜻한 담요를 두른채 잠들었습니다. 독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곰 한 마리. 상상의 힘만으로 아치는 전혀 다른 종의 존재로 변신하기도하고 교감하며 친구가 되네요. 상상력을 지닌한 심심할 틈이 없어 좋겠어요. 아치는! 『모른 척 해줄래?』는 아이들의 상상이 가진 힘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며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기쁨을 노래한 그림책이네요. 내용도 아름답지만 데이비드 매킨토시가 그린 부드러운 색감의 일러스트레이션 때문에 자꾸 다시 펴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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