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모자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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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모자

나는 『분홍모자 』를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바칩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여성주의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때 '세계여성공동행진'은 내게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2017년 1월 21일, 미국 워싱턴에부터 대한민국 서울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행진했던 모든 이들께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 中)

 

 

"핑크리본" 유방암 캠페인, 대한민국 지하철의 임산부 전용좌석 모두 핑크색입니다. 공적 공간에서도 '핑크'는 여성을 나타내는 색상으로 인식되고 활용되지요. 『분홍모자』의 '핑크' 역시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상징인지, 전혀 모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의 기조를 아는지라, 평범한 그림책은 아닐 거라는 기대를 하며 책장을 펼쳤는데 처음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푸근해보이는 외모의 한 아주머니가 폭신한 소파에 앉아 분홍 털실로 모자를 뜹니다. 아주머니의 거실에 얌전히 놓였던 분홍 모자를, 모자랑 꼭 닮은 귀를 가진 고양이가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창문 밖으로 떨어뜨렸어요. 그 모자를 다시 꼬마들이 주었고, 다시 강아지가 모자를 물었다가 한 소녀에게 닿았답니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분홍색 보이지 않는 털실이 사람들을 이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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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모자를 소중히 다루며 세탁하고 말리고, 또 쓰고 다녔다가 바구니로도 활용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정확히는 1월 21일. 아이가 그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섰더니 거리는 이미 온통 분홍 물결이었어요. 아이가 쓴 똑같은 핑크 모자를 쓴 사람들의 행진으로 말입니다. 행진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미래를 여는 페미니즘"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지요. 작은 소녀도, 콧수염 기른 아저씨도, 히잡을 쓴 아주머니도 모두 한 마음으로 핑크 물결에 동참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1월 21일의 행진이 계속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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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7년 1월 21일에, '세계여성공동행진'이 이뤄졌지요. 세계 곳곳에서 500만명의 여성들이 행진을 벌였는데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이기도 했답니다. 여성 인권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핑크 모자들은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지요. 2018년에도 1월에도 이미 행진은 계속되었고요. 이 "#PussyHatProject"해시태그운동의 취지를 살펴보니, "The Pussyhat Project is dedicated to advancing women's rights and human rights through the arts, education and respectful dialogue."라고 홈페이지(https://www.pussyhatproject.com/blog/)에 명시되어 있네요.

 

"핑크"가 꼭 여성만의 색이 아니며, "핑크모자"운동이 꼭 여성의 권리를 위한 여성만의 운동이 아님을 우리 모두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은 여성의,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사람, 특히 목소리를 억압당해왔던 사람의 권리를 위한 모두의 운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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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가 모여, 어떻게 큰 흐름, 물결이 되는지를 간결한 그림과 글로 보여준 앤드루 조이너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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