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로팅 시티 - 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Floating City

『플로팅 시티 (원제:
『Floating City: A Rogue Sociologist Lost and Found in New York’s Underground
Economy』(2013)가 한국에서 출간되던 2014년, 여러 매체에서 호기심을 끄는 홍보문구와 함께 격렬히 추천하던 것을 지나쳤다가
오늘에서야 푹 빠져 읽었다. 콜롬비아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책이 출간 이듬해에 발빠르게 한국의 대중에게 한국어로 소개됨은 이 책의 태생적
홍보성때문일듯. 전작 『괴짜 사회학(원제:Gang Leader for a
Day: A Rogue
Sociologist Takes to the Streets)』가 시카고의 험악한 갱단과 밀착 밀월여행으로 낳은 베스트셀러인라면 『플로팅 시티』는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을 주 표본으로 삼은 소위 '성性 경제학'이자 생물자본주의 탐사서이다. 사회학자나 사회학도가 아닐지라도 어찌 이런 자극적
소재에 호기심을 아니 느끼리!
21세기형 사회학의 활로와
동시에 콜롬비아 대학에서의 종신 교수직 따기를 절박하게 모색해온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Sudhir Venkatesh)가 고뇌에 고뇌를 한
지점 역시 이런 "뜨거운 자극성"이다. 뉴욕의 포주, 마약상, 거리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학 연구를, 사회학계 난독의 언어갑옷 대신
스토리텔링 스타일의 말캉말캉한 문체로 전한다면 학계에서 종신 교수직은 커녕, 변방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뉴욕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미세
플라스틱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관계성의 그물을 건져올려야한다는 학자로서의 부담감. 다행히 그는 뉴욕 지하세계와 상류세계를 동시에 드나들 수
있는 패들을 쥐고 있었다. 하나는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라는 탄탄한 문화적 자본, 또 다른 하나는 가난한 인도인 이민자의 2세대로서의 초콜릿색
피부색. 태생적으로 약자, 혹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끌리는 수디르 벤카테시야말로 사실은 맨하탄 상류층들의 파티에서 와인잔을 나르는
노동자들과 동일한 피부색 때문에 비존재 취급을 받는 변˱의 인물이기도 하다.

『플로팅 시티』는 표면적으로는 세계화 시대 NY같은 메트로폴리탄
시티에서의 변화양상과 사람들의 실존적 생존전략을 "부유하기 (floating)"라는 개념으로 그려낸 흥미로운 책이지만, 내게는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역시 그 '부유하기'라는 개념의 틈새로 자신의 고민을 흘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성공한 인도계 이민자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영원한 주변부의 인물임을 『플로팅 시티』의 행간에서 고민한다. 이는 그의 주요 정보제공자(key informant)였던 뉴욕
상류층 마담, 아날리스가 날린 말의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서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없어요. 수디르. 당신만 ˺고. 당신은 이야기를 좇고 사람들을 따라다니지만 늘 한자리에 머물러 밖에서 구경만
해요." 마찬가지로 그에게 뉴욕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문지기(gatekeepr) 역할을 해준 마약상
샤인 역시 그에게 한 방 날린다. "업타운에 가서 부잣집 애들(콜롬비아 대학교 학생를
말함)을 가르치고 다운타운에서는 동네 사람들 데리고 영화를 찍고. 자넨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그러나
동시에 그는 논문의 소재거리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혈귀처럼 빨아가는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연구자와도 분명히 다르다. 그가 소위 '약자'를 보는
시선은 다음의 문장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이
하층민이 세계에서 나는 아주 경이로운 행렬, 곧 인간 정신의 진정한 가장행렬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특유의
회복탄력성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 사람들은 생존을 좇는 게 아니었다. 이들은 스스로 빵 부스러기나 좀 얻자고 고난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희생자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이들의 꿈에 어울리는 질문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이 무엇이고, 이런 자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일 것이다. (193)"
참고로 저자는 뉴욕 할렘에서 맨하탄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파티장을 누비며
위에서 언급한 "자질"을 나름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즉흥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인맥을
신속히 쓰고 버리는 능력"(354)으로서 어찌보면 그가 제시하는 "부유하기 floating"와 리듬이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
이 책은 사회학, 저널리즘, 인류학 등의 경계와 방법론에 대한 학자
자신의 고민. 아카데믹 사업가로서 미친듯이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손조차 빠른 탁월한 능력자로서의 학자의 자화상. '정통적 사회학'이 어쩌네
저쩌네 해도 발로 뛰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과 우위를 알게 해준다. 이젠 『괴짜 사회학』을 읽을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