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족두리꽃"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들으면서도, "가짜 이름"일거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책을 보다, 이 그리운 들꽃의 학명이 '풍접초(Cleome hassleriana)'라는 걸 알았다. 클릭질 몇 번 만에, 이 꽃을 보려면 어딜 가야하는지도 알았다. 알게 된지 2주 동안 계속 마음이 근질근질, 풍접초 들판을 상상하기만 해도 더 늦기 전에 이 들꽃을 꼭 보아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느꼈다.
올림픽 공원 내, 들꽃마루에 풍접초를 심어놓았단다.
실망스러울 만큼 조촐한 규모에, 꽃까지도 덜 피었다. 아...차 엄청 밀리는 토요일 고생해서 왔건만.
그런데 풍접초 꽃 냄새 (꽃 냄새라고 하기엔 짓찧겨서 아파하는 풀 냄새같은)를 맡았다. 타임 머신을 탄 그런 기분. 냄새로 과거를 기억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꽃을 보고 싶었던 그 절실한 동기는 무얼까. 사라져가는 식물, 변해가는 도시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 반이었을 듯.

풍접초가 조촐한 대신, 들꽃마루의 맞은 편 경사면에는 어마한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서울의 젊은 연인들이 다 여기 몰린 듯,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대다수는 연인들인지라 발 딛기도 애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