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그 유명하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때문에 꽤 오래 두려움에 떨었다. 북핵이나 지진처럼 현실감 있는 위협이 아니었는데도, 흰 수염 길게 난 노스트라다무스 할아버지의 예언이라니 정녕 2000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만 그랬던 것도 아니겠거니 하는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도 보지만...... 리틀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타이틀의 2019라는 숫자도 그런 공포감을 부추겼다. 존재하지 않을 미래 사회의 묵시록이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지금. 2017년.
그리고 드니 뵐뇌브 감독이 선보일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편에는 2049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30여년 후의 지구 모습일텐데 어둡기는 어둡다. 많은 SF의 공통 문법이라도 된다는 듯.
1999년에건, 2017년에건, 2049년에겐 인간의 외피와 사회적 삶이 어떻게 바뀔지라도 인간은 자신과 자기 종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품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 종의 미래는?"
그 오래되고 거창한 질문의 답을 천재 감독 드늬 뵐뇌브가 자기 스타일로 풀어보인다니 어찌 10월, 개봉일이 기다려지지 않겠는가?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요 몇년, 내가 던지는 질문은 꽤나 지루하다. 독특한 천재, 드늬 뵐뇌브 감독이 인간을 화두로 어떤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줄까? 그라면 '인간과 기계의 모호한 경계, 혼종, 새로운 형태의 식민화 정치' 등 진부한 화두 그 이상을 비주얼로 그려낼 것이다. 빨리 예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