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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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tes of Park Avenue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많이 팔린 책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원제:Primates of Park Avenue) 』의 저자 웬즈데이 마틴(Wednesday Martin)의 인터뷰 영상 및 책 프로모션 동영상을 보았다. 말하는 방식, 주로 쓰는 어휘, 금발에 단정한 외모, 여러 지표는 그녀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지능적인 인재임을 나타낸다. 예일대학교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고 짐작하건대, 시댁 또한 상당한 재력가이다. 시누이가 맨허튼 어퍼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유치원 중에서도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유치원에 금수저 아이 넷을 다 보냈으며 시아주버님 댁과 시어른 모두 뉴욕에서도 가장 집값 비싸다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니까. 저자는 9*11 테러 이후, "참극의 현장으로부터 멀어지는 동시에 시댁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서 (19)"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에드워드 윌슨, 마가렛 미드, 제인 구달, 로버트 트리버스 등의 인류학자와 그 이론을 익숙하게 듣고 자란 그녀는 커서 문화 이론을 전공했던 이력을 살려서 이 '어퍼이스트사이드' 정착기를 일종의 문화탐험지, 즉 민족지(ethnography)로 꾸려보고자 기획한다. Ph. D. 땄어도 학계에 남으려는 생각을 진작에 버리고 작가로서 진로 모색을 하던 그녀로서는 무척 영리한 선택이었다. 실로 그녀는 자신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로 유명해졌다.

 

저자 웬즈데이 마틴 1975생 뉴요커. 예일대 Ph. D. 작가. 

몸매(+몸매관리 능력)와 얼굴과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본문 중간중간 내비침. 역시나 성공한 뉴요커로서의 관리된 몸과 자세. 나는 그녀를 살짝 질투하고 있는 듯함.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 학부와 대학원 강의실에서 건져온 문화이론과 인류학 현지조사 실습 경험을 십분 살려 "Going Native"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아! 물론, 맨허튼 상류층 집단의 텃세는 심했다. 자존심 강한 엘리트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기 곤혹스러웠겠지만, 극심한 집단 왕따 경험도 당했다. 강펀치 맞고, 집단에서 그림자 유령취급 당하는 상태를 그냥 놔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인간의 친구 암컷 영장류들에게서 배웠던 전략을 활용하여 상황을 역전시킨다. 뒤로 물러나는 대신에 전투적 전면전으로써. 그녀는 1000여만 원은 훌쩍 넘는 헤르메스의 버킨 백을 남편 찬스, 금수저 아줌마 연줄 다 동원해서 구매해 주구장창 들고 다닌다(오죽하면 정형외과에서 버킨 백과 작가로서의 생명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까지 했을까?). 자신이 고학력 작가이며 '당신들을 소재로 한 글을 쓸 거라'는 정보를 슬슬 흘리면서 문화적 자본에서도 우위의 패를 펴 보인다. 경쟁적으로 몸매관리를 하는 맨하탄 상류 전업주부들을 '멘하탄 게이샤manhattan geisha'라며 폄하하면서도 자기 자신도 죽을 힘을 다해 몸매 다듬기에 열을 올리고 비싼 미용실을 매주 드나든다. 발레 동작을 주로 하는 'Physique 57'의 회원으로서 'soul cycle' 회원 여성들을 '바이크 폭주족' 같다고 경멸하는 데도 서슴없다. 흠, 그래서?
웬즈데이 마틴이 솔직히 인정한 그대로, 이 책은 학문적 성격이 짙은 문화 연구를 지향했으나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저자가 지나치게 "going native"하는 바람에, outsider의 시각을 놓치고 insider로서의 관점과 유대감만 부각시켰으니까. 아이를 유산한 자신을 위로해주던 어퍼이스트사이드 여성들에게서 "인간 여성이자, 어머니로서의 부드러운 연대, 협력정신"을 발견하며 감동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손이 오글거리긴 했다. 이미 내부자가 된 그녀로서는 책의 마무리로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긴 했어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동시에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뉴욕 0.1% 최상류층에 밀착 접근해서 이처럼 재밌는 책을 써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아카데미아에서만 소통되고 그들만의 언어로 찬사와 비판을 겹겹 뒤집어쓴 책보다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전해지며 와글와글 읽히는 책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웬즈데이 마틴은 영리한 작가이다. 적당히 대놓고 세속적이면서도 고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가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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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어휘들. Lulu, SoulCyle, Pysique57, 헤르메스 버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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