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전문점에서 외식을
하면서도,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도토리 전, 도토리 묵, 도토리 만두, 이 많은 양의 인간 먹거리가 소비되는 와중에 도토리들은
무얼 먹을까? 도토리의 효능 홍보물이 식당 벽면에 올라 있지만, 비록 맛있지만 남의 밥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그 식당을 다시 찾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밤 도토리를 싹쓸이하며 산행하는 이기적인 분들, 많지 않으시겠죠? 희망사항인 건 압니다. 여전히 배낭 가득 도토리 주워오는 분들
많으시다는 걸 아니까요. 오죽했으면 "밤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돌려주세요."라는 절절한 호소문이 산마다 붙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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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숲에서 귀여운 나무 함을 보았어요. 도토리 식량 저장
창고였지요. 누군가가 귀엽게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적어 놓았는데 지나가던 한 꼬마가 그럽디다. "관계자라고 적으면 안 되는데……. 다람쥐 외
출입금지라고 해야지."
그러게요. 다람쥐가 한글은
모르겠지만…….
도토리 따가지 마세요. 다람쥐를 위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