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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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인간의 위대한 여정 

빅데이터를 훑어서 일상의 해시태그  어휘를 분석한다면, "인간,"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여정" 은 그 사용 빈도가 몇 순위나 할까? 아마도 "맛집" 이나 "연애인 리즈" 어휘보다 훨씬 아래 목록에 위치하겠지? 우리 자신이 '호모 사피엔스'이면서 정작 인간 본질에 대해 깊이 탐색해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테고…….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 빅뱅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을 통해서 질문 던지기에 게으른 이들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생각하기에 '호모 사피엔스'이다. 스마트폰 클릭질 좀 잠시 쉬고, 우리 존재, 세계 그리고 우주를 생각해보자!'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유대-기독교, 고대근동 종교(Judaism-Christianity, Ancient Near East Religions) 로 박사 학위를 취득 후, 서울대학교 외에도 중국 등지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온 그는, 인문학적 질문을 아카데미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확산시키고 싶었나 보다. 전작 『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에 이어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을 축 삼아,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의 질문을 다각도에서 던지고 답한다.   무려 412페이지에 이르는 이 인문교양서에서는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는가?"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다. 총 24가지 작은 항목으로 나누어 위 질문에 접근하는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소제목들이다. "기획하는 인간,"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배려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의례하는 인간," "조각하는 인간," "그림 그리는 인간," "영적인 인간," "묵상하는 인간," "교감하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 그리고 "종교적 인간"이 그 24개 항목이다.

 

 

 

 

 

배철현 교수는 이처럼 다각도에서 인간 종을 탐색하면서 고고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존 이론과 가설을 끌어온다. 예를 들어, 요리하는 인간에서는 '리처드 랭엄'의 『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 』을, 의례하는 인간에서는 아놀드 반 게넵의 『The Rites of Passage』을, 예술하는 인간에서는 레비 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bricolage'개념 등을 끌어와 버무려낸다. 이 24개 항목을 관통하는 핵심 용어는 바로 인간의 이타심인데, 배철현 교수는 이것이 한자어로 '자비慈悲'라며 멋들어진 뜻풀이를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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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란 한자 그대로 타인과의 경계가 가물(玄) 가물(玄)하게 되어 하나가 된 마음(心)이다. 동시에 타인의 슬픔을 같이 공감하고 마치 새의 양 날개 (非) 처럼 한쪽이 기울여지려고 하면 다른 한쪽이 받쳐주는 마음(心)이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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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교수는 본문에서 몇 차례에 걸처, 리처드 도킨스의 학문적 성과가 특히 한국에서 과대평가받았다며 불편감을 내비친다.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숱한 가설(hypothesis) 중 하나일 뿐 '진리'가 아닐진데, 많은 한국인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결정론에 혹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배철현 교수는 앞서 말한 '자비' 즉 '이타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되게 한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배교수 자신이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 내내 강조하는 '진리의 상대성'에 비추어보면 '이타심이 인간성의 정수'라는 설명 역시 하나의 가설이겠지만, 듣기에, 생각하기에 훈훈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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