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난해한 예술극장. 아직 건설중이라는 인상을 주는 철제 곤봉(?)의 벽면 디자인이 인상깊은데,
정작 정문을 알아보기 어렵다. 상가 빌딩의 작은 출입문을 정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 된다.
매표소 풍경. 현대무용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장르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나보다. 매표소 앞이
북적인다. 객석도 꽉 찼다.
권령은의 "글로리"
단발머리, 동안의 안무가는 놀랍게도
34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서 2016년에 '댄스 엘라지'(DANSE ELARGIE) 파리 경연에서 3위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안무가이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의 그녀는 군복무 의무도 경험도 없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젠더화된 병'이라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거식증(anorexia)과 군복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끌어와서, 사회적인 몸을 이야기한다. 아주 쉽게, 관객들이 접근하기
쉽게, 재미있게. 무용수의 몸이 지닌 창조적 에너지와 자유, 동시에 그 몸을 제약하는 여러 사회적인 압박. 특히 이 압박은 상당히 젠더화된
형태로 신체화된다. 남성 무용수는 콩쿠르 입상을 통해서 군복무 의무를 피해가려하고, 여성 무용수는 체중증가를 두려워한 나머지
토함(vomitting)으로서 날씬함에의 압박을 이겨내고자 한다. Jimmy Sert의 프렌치 내레이션과 타악연주도 작품에 세련미를 더하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세영은 2016년
'댄스
엘라지'(DANSE ELARGIE) 서울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작품,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를 준비했다. 단련되고
날렵한 무용수에게서 몸에서 육체성(pysicality)를 눈요기하고 오겠다는 관객을 한 방에 실망시킨다. "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춤 안 출
거거든!"이라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나르는 연극 배우와 정세영 자신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나 절대 춤 안 출 거야. '현대무용'이라고 꼭
춤을 춰야하나? 장르에 얽메이면 촌스럽지요."라고 비웃듯 무대 한 가운데서 커피 포트 놓고 물 끓기 기다리거나, 대형 선풍기를 엎어놓고 바람을
쏘인다. 흠흠, 실험적이라고 해야겠지? 문제가 있다면, 이런 실험은 예전에 많이 보아왔다는 점.
*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극장 조명작업도 해봤던 정세영이, 무대에서 추락할 뻔한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란다. 공연 무대에서는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 즉 하강(landing)이 꽤 중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에서, 정세영은 극장에서 결말로 향하는 기술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
사실,
내가 무지해서 그런가. 놀랄만큼 직설적이게 보여준다. 그가 의도적으로 고른 "Sea Hawk"는 음악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롤러코스터를 탄
분위기를 내주고, 그가 의도적으로 조롱하듯 고른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는 조명이 번쩍인다. 또한 드라이아이스를 만들어내는 기계 두 대를
아예 무대에 주인공처럼 올린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극장에서의 결말, 하강을 향한 기술들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거 뭐 이런 거 아니겠어?
결말에 조명 다 터뜨려주고, 드라이아이스 날려주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어울릴 음악 때려주고, 박수 소리 날려주면
"하강landing"의 요소 충족시킨 거 아니겠어?"라고 관객에게 묻는 것만 같다.
흠.
흠. 설마 이렇게 단순한 메시지는 아니었겠지?
*
현대
무용이 난해해서, 관람가기 무섭다는 관객이 만약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를 보았다면, "그 봐, 내가 그랬잖아! 현대
무용은 4차원 영역이라니까!"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