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빨간 주머니 - 귀신도 곡할 이야기
조영아 지음 / 머스트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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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는 빨간 주머니

 

시대가 변하면서 두려움의 대상도 바뀌어가는 듯 합니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라는 뒷간귀신의 명언도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누비는 요즘 꼬마들의 대범함에 작은 파장조차 일으키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달걀귀신, 몽달귀신, 뒷간귀신 등이 우스워보이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더 이상 공포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힘 빠진 대상이 되버리긴 했어도, 여전히 귀신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기는 합니다. 게다가 빨간 주머니로 귀신을 잡는다면 얼마나 더 궁금하겠습니까? <귀신 잡는 빨간 주머니>에는 아주 기특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깊은 산골에 사나봅니다. 약초를 캐어 생계를 꾸리시는 아버지가 며칠간 집을 비우신다며 아들을 걱정하시자 아이는 말합니다. "저 혼자서 밥도 짓고 청소도 할 수 있는걸요. 도둑도 여기까진 들어오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무방비 상태의 아이 혼자 있는 꼴을 못보는 나쁜 마음은 인간뿐 아니라 귀신에게도 있나봅니다. 귀신들은 아이가 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자 우르르 아이 집에 몰려 갑니다. 물론 아이는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어른들 표현을 빌자면, "가위 눌려서"겠지만 벽에서는 귀신 발이 나오고, 시뻘건 눈알이 움직이니 어찌 잠을 이루겠나요? 아이는 산 아래까지 한 달음에 도망쳤어요. 하지만, 자신을 믿고 떠난 아버지 생각에 맘이 안 편합니다. 마침, '귀신 잡는 주머니'라는 걸 어떤 할머니가 주십니다. 처음 보는 할머니이지만 아이는 그 말을 믿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부터는 반전! 아이의 활약상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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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자서 꼬리 아홉개 달린 구미호를,  썩은 발냄새 풍기던 외다리 귀신을, 눈알이 튀어나온 야광귀와 지저분한 냄새가 지독하게 풍기는 뒷간귀신까지 다 잡았습니다. 잡아서 붉은 주머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너 때문에 그 동안 똥도 제대로 못 누었잖아!"라고 아이가 화가난 이유를 밝히는 둥, 아이는 두려움의 대상 때문에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용기로서 처리합니다. 이제 '나타난' 귀신에 대응하는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점차 적극적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아이는 아예 집안 구석구석 귀신을 찾아나섭니다. "썩, 나오너라! 잡귀들아!"이라며!
아이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의 대상을 극복하고, 자신을 바로 세워가는 어린이의 힘을 봅니다. 이제 붉은 주머니는 들지 못할만큼 묵지근해졌고, 아이 마음 역시 든든한 자신감으로 묵직해졌습니다. 이제 두려울 게 없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를 반기는 아이의 표정에서 그런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귀신 잡는 빨간 주머니>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잊을 뻔했던 어린이만의 힘을 보여주는 착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던 두려움의 대상을 하나씩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나가면서 아이는 이렇게 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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