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코리아 - 파란 눈의 미식가, 진짜 한국을 맛보다 처음 맞춤 여행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현숙 옮김 / 처음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맛있는 Eating  코리아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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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코리아 (원제: Eating Korea)>의 2017년 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에 저자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의 <맛있는 베트남 (원제 EATING VIETNAM : Dispatches from a Blue Plastic Table)>덕분에 알게 된 저자의 블로그 "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서 반가운 한국 음식 사진과 출간 광고글을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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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영국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젊은이로서 1996년 한국 익산에 와서 영어를 가르쳤던 그레이엄 홀리데이은 이후 베트남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짬짬히 베트남의 거리 음식을 섭렵해나가던 그가 냈던 첫번째 저서 <맛있는 베트남>은, "처음북스" 출판사의 북디자이너가 누구였던지 정말 단조로웠다. 한 컷의 음식 사진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활자 after 활자"인 음식책이었으니까.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도 사뭇 다르다. 편집이 깔끔하고, 입맛 돌게하는 음식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는 소설도 쓰고 있고 명성을 많이 얻은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문장력도 일취월장한 듯 하다. 재미있다. 게다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 그리고 한국인의 독특성을 관찰한 부분이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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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진정성을 살짝 의심했다. 요샌 음식 이야기를 하면 다들 재미있어하니까. 게다가 홍어를 발효시킨 음식이나, 살아 있는 문어 멍게가 등장하면 영어권 독자들이 더욱 신기해할 테니까, 약간의 쇼맨쉽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를 읽어갈수록 그레이엄 홀리데이가 진심으로 한국의 음식을 알고 싶어하고, 이에 열정적인 노력을 쏟음이 느껴졌다. 6주 예정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아내에게 들려줄 선물로 강릉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간장 명인이 차려낸 간장게장 밥상을 앞에 두고, '양반다리'로 앉지는 못하나 좌식 밥상 앞에서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영국인이 몇이나 될까? 멍게의 풍미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알기에 부산에서 일부러 멍게를 실컷 먹는 외국인은? 게다가 기꺼이 홍어의 질긴 힘줄을 씹고 그 특유의 암모니아 향을 견뎌내다니! 그래서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1996년의 익산, 그 사람과 풍경을 상세히 기억하는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한국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입견이라도 있는지, 자꾸 한국의 변화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한다. 자신의 입으로, 한국에 비판적인 한국인의 입으로, 혹은 자신처럼 한국의 변화상에 비판적인 입장인 다른 외국인의 말을 빌어. 음식문화, 건축문화, 심지어는 성형과 화장의 대유행이라는 생활문화에서의 변화상까지 상당히 시니컬하게 묘사한다. 한국에 흥미있다는 외국인들에게 '인포먼트 cultural informant'를 자청하는 사람치곤 한국 문화에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자본을 드러내려는 이가 적지 않기에 난 이런 비평에 대해서 반은 흘려 듣고 반은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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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인은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부끄러워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포함 외국인은 김치와 된장 등 한국의 맛에 중독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계속해서 한국 음식을 두고 사과하곤 한다. 너무 냄새가 난다고, 너무 맵다고, 너무 이렇고 저렇다고 말이다. 한국 사람은 비 한국인, 특히 동양인이 아닌 비 한국인은 절대 한국 음식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20)" 정부 주도로 한식의 세계화를 꾀한다지만, 정작 구체의 일상에서 한국인이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통찰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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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전작 <맛있는 베트남>에서도 "길거리 음식"을 예찬하며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종종 언급했는데, <맛있는 코리아>에도 한국인이라면 익숙할 파란색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과 삼겹살에 소주, 치맥이 등장한다. 그가 탐색하고 싶어했고, 실제 탐색한 것은 네이버 파워 블러거들이 현란한 사진편집술로 가공한 음식이 아니라, 명동의 뒷골목, 진주의 전통있는 비빔밥집, 제주의 조용한 해물밥집 등이었다. 그의 접근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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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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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외국 학자들이 한국의 "신명," "효," 그리고 "한 恨"의 "본질"을 집요하게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그게 더 집요하게 궁금해진다. <맛있는 코리아>의 곳곳에서 "한을 품은 여자가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한다'거나, "한국 남성은 '한 제조기," 등의 '한 恨'에 대한 문구가 튀어나온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바로 이 대화이다.

 

"알은 덤이야." 할머니가 말했다. "봐봐, 몇 개나 있는지 알겠어?"

"수입산인가요?" 내가 물었다.

끔찍함과 실망감이 할머니 얼굴에 나타났다. 내가 심하게 그녀의 한을 흔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91)

 

어떻게 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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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기질, 혹은 "한국적"이라고 사람들이 상상해온 것들에 대한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생각이나 그의 지인들의 의견이 곳곳 돌출한다.

"회사와 결혼하고 두번째로 아내와 결혼"한 한국 남자들더러 "내가 한국 남성이라면 지금쯤 자살했을 거예요."라든지

"(40대 이후) 한국인 대부분은 사춘기 이후 성장하지 못했어."라며 많은 한국의 중장년층을 "정신적으로 별난 희생자들"이라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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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맛있는 코리아>를 마무리하며, "내가 이 한국 음식 여행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제때에 한장면을 보고 담는 것뿐임을 안다. (508)"고 자신의 저서의 의미를 자평한다. 500여 페이지 본문에 내내 나오지만, 한국이 그만큼 미친 속도로 변화하면서도 방향성이 없고, 변하고자 하는 욕구만 있고 전통의 상실이나 잊혀짐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비꼼, 혹은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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