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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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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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과 "빠이~~~!" 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지만, 다음 순간 플라스틱 변기에 앉아있는 자신을 보고 선언 철회했더라 하는 농담같은 고백을 읽은 적이 있다. 수세식 변기만큼이나  "빠이~~~!"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필수품이 냉장고 아닐까?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신선한 야채로 요리해 먹는 일이 없는 현대인들 대부분에게 냉장고는 든든한 적금이다. 게을러도, 요리를 포기해도 배 고프지 않게 해줄, 그 냉장고를 포기했다고? 게다가 냉장고 없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부부 동의하게 합심해서 살고 있다고? 보통 부부라면, 냉장고가 없어지면 매일 외식하거나 다툴텐데? 도대체 어떤 경지에 이른 부부이길래? 헬렌 니어링같은 부부 정말 있어? 하는 호기심이 책 제목만 보아도 스물스물 올라온다.

제목, <생태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한국인 아내 김미수와 독일인 남편 다니엘이 그 '어느 부부'이다.   2001년 독일에서 처음 만났다는 그 둘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삶의 동반자일 것이다. 물론 부부가 냉장고 없이 살기에 처음부터 저항없이 매끄럽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제안했고 아내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냉장고 없는 삶'에 서서히 적응한 아내에게 냉장고는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러기(30)'로 전락했다니 이 부부가 얼마나 자급자족하는 생태 부엌 만들기에 성공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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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부엌>은 요리책, 소박하지만 심지가 굳은 아낙의 일기, 생태적 삶을 촉구하는 성명서……. 어떻게든 읽힐 수 있겠다. 그만큼 저자 김미수가 격을 따지거나 정형성에 꽉 매인 사람이 아니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이렇게 내공이 높으면서 잘난 척 한 번 하지않고, 가르쳐 들려 하거나 비교하면서 생태적 삶을 이야기하는 젊은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신선했다. 이런 보물같은 부부를 발굴해낸 방송 작가나, 출판사 관계자의 발빠름도 신기했지만, 이런 보물같은 사람들이 큰 내공만큼이나 깊은 존재감을 발산하며 목소리를 내준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절로 존경심이 이는 만큼,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와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다. 

B U T 

애당초 시도도 못하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 만큼으로는. 이들은 철저한 비건(Vegan)이면서, 세수물도 아끼고 뒷일처리한 물도 아껴서 퇴비로 쓸 정도로 환경 사랑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제 몸 아끼고 제 가족 건강하려 '자연을 닮은 삶'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브랜드로서의 유기농을 소비하며 우월감을 갖는 부류와도 전혀 다르다. 흙을 사랑하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다보니 삶의 태도가 자연히 부엌으로 연결된 부부이다. 환경 운동가 사티쉬 쿠마르의 말을 빌어, "소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는 김미수 부부의 식탁은 싱그럽다. 야생초와 활련화처럼 식용 가능한 꽃, 통곡물의 식감이 살아 있는 식탁이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오감이 충족되는 듯 하다. 저자는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다른 삶을 꿈꾸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라도 울림을 주기를. 야생초의 쓰임처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숨어 있는 우리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의 의식이 좀 더 깨이고 성장해 우리 몸도 마음도 이 지구도 좀 더 맑고 깨끗해지기를 (247)" 바라는 마음으로 <생태부엌>을 썼다고 했다. 가벼운 요리책으로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가, <생태부엌>에서 얻은 감동과 충격이 너무 커서 소화시키려면 조금 걸리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처럼 의식이 깨일려면, 당장 무심코 플라스틱 용기에 '테이크 아웃 take out'하는 커피도 삼가고, 하루 10분씩은 족히 할 샤워부터 줄여야 할 것. 갈 길이 멀다. 갈 길을 보게라도 해준 김미수, 다니엘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멀리 한국에서 독일까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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