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벌레가 꿈틀꿈틀 우리는 모두 특별해 1
바바라 에샴 지음, 마이크 고든.칼 고든 그림, 설윤성 옮김 / 아주좋은날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호기심 벌레가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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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 벌레가 꿈틀꿈틀  (원제: Mrs. Gorski, I Think I Have the Wiggle Fidgets)>을 읽는데, 갑자기 중학교 동창이 생각 났습니다. 여름 캠핑에서 친구들 바닷가 모래밭에서 뛰어 놀 때, 혼자서 불가사리들을 끓는 물에 왕창 삶았다지요? 불가사리 다리가 다시 "재생 (regeneration)"되나 궁금했다던 그 친구는 훗날 과기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과기대에 진학했어요. 처음엔 꾸중하시려던 선생님께서도 중1 짜리의 진지한 설명에 입을 다무셨던 기억이 나요. 흠, 그 친구의 호기심 벌레도 남달랐던가 봅니다. <호기심 벌레가 꿈틀꿈틀>의 데이빗만큼은 아니지만요.

데이빗은 담임 선생님이 자기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자기 때문에 자주 화나신다고 생각해요.  종종 '데이빗 전용 목소리'로 무섭게 말씀하시거든요. "수업 시간엔 무조건 집중을 해야 한단다! 집중!"하고 말이에요. 데이빗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래요. 집중해야한다는 걸 잘 알지만,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오르면 수업 중이라는 걸 까맣게 잊는대요. 그 멋진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거든요. 예를 들면, 소방 대피 훈련받으며 한 줄 서기 했을 때, '한 발로 서서 두 눈 감고 양손 어깨 올리기 자세로 얼마나 버틸까?'가 궁금하길래 바로 실행했어요. 덕분에 반 친구들이 도미노처럼 와르를 무너졌고요. 식당에서는 더 심각했어요. 푸딩 포장 비닐이 얼마나 잘 버티나 궁금해서 푸딩을 세게 눌렀는데 하필이면 선생님이 바로 뒤에 서계시다 초코푸딩비를 맞으셨지 뭐예요. 이러니 "부모님 학교에 모시고 와!" 소리를 안 들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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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는 데이빗의 엉뚱함 혹은 산만함을 의외로 잘 이해하고 계셨어요. 우연히 엿들었는데, "데이빗 몸에 호기심 벌레가 산다"고 아빠가 엄마께 말씀하겼거든요. 게다가 그 벌레는 유전인지, 어린시절의 아빠께도 있었대요. 야호! 드디어 데이빗에게 출구가 보였어요. 호기심 벌레를 물리칠 방법을 찾으면 수업 시간에 집중 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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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운 기발함과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방법들을 데이빗을 여러 개나 생각해냈어요. 주말 내내 엄청 고민한 끝에요. 결과는? 대 성공이었어요. 엄마아빠는 물론 선생님까지도 데이빗의 해법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칭찬까지 주셨지요. 선생님께서도 '데이빗 전용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미소로 말씀해주셨어요. "흘륭한 위인 중에도 몸속에 호기심 벌레가 살았던 분들이 아주 많았다"에 덧붙여 선생님 어렸을 때도 호기심 벌레가 선생님 몸 속에 살았다는 비밀도 알려주셨고요. 환하게 웃는 데이빗, 데이빗 엄마아빠, 그리고 선생님 모두 흰 색 티셔츠를 입고 활짝 웃고 있네요. 데이빗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응원해주시겠다는 의미로 보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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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벌레가 꿈틀꿈틀>은 산만함을 ADHD라는 장애로, 치료의 대상으로 한정짓는 시각을 재고하게 합니다. 그 산만함은 억누르고, 부끄러워하거나 제거해야할 적이 아니라 어쩌면 창조적 정신의 한 발현일지도 모른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길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네요. ADHD로 진단, 치료 받는 초등학생들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미국 사회에서는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어린이의 ADHD나 산만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데 큰 도움을 줄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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