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잃어버린 아이 푸른숲 새싹 도서관 4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을 잃어버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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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마음이란 게 참 이중적이기도 해요. 가을 단풍 풍경을 보고 "요정님이 내려와서 알록달록 물감 칠하고 가셨다"라며 세상을 낭만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모를 보면 '왜 아이에게 세상을 무지개색으로만 보게 하느냐. 현실을 외면하느냐.'하면서도 막상 자기 아이에게 현실의 어두운 면을 애써 보여주려하지는 않으니까요. <집을 잃어버린 아이>에도 난민, 아동 인권, 어른들의 집단 이기주의, 차별 등 무거운 주제가 계속 등장해요. 그런데도 신기한 건 아이들 스스로에게 소화 능력이 있어서 메시지를 자기 수준에서 잘 받아 넘긴답니다. 사실 걱정했거든요. <집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주제가 꼬마들에게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닌가. 그런데 왠걸요. 아이들은 이 책을 참 좋아하고도 잘 이해한답니다. 어쩌면 자기들처럼 어린 친구가 주인공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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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린이라는 친구에요. 분홍색 잠옷같은 옷을 입었지만 외투는 누군가 버리고 간 듯, 낡고 커다란 양복자켓이에요. 머리는 헝클어지다 못해 새집처럼 떡이 졌어요. 앙당물고 앞을 응시하는 표정도 범상치 않아요. 게다가 맨발이에요. 밴발로 검붉은 불줄기가 쏟아지는 마을을 떠나 들판을 내달려요.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요. 보호해주는 어른도 없고, 따뜻한 손길로 없어요. 카를린은 배가 무척 고팠어요. 평화로운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을 구걸해봅니다.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반응뿐이었어요. 도와주기는 커녕 카를린을 고아원으로 보내야한다며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답니다. 카를린은 맨발로 계속 내달릴 수 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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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도 없이 떠돌이 신세가 된 카롤린은 숲으로 갔어요. 자연의 자비 덕분에 산딸기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지요. 정처 없이 떠돌던 카롤린은 석상들의 마을에 도착했어요. 석상들은 카롤린에게 "돌" 을 먹으라고 강요하고, 돌을 못 먹겠다고 하자 하콜린을 ̫아내버렸어요. 황여새의 마을에서도, 송장 까마귀들의 무리에서도 카를린은 ̫겨났어요. 친절을 가장하여 접근했더라도 그들은 결국 카롤린에게 "넌 우리랑 달라"라는 프레임을 씌워 차별을 정당화했지요. 읽기만 하는데도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느 곳에서는 카를린처럼 전쟁의 폭격으로 부모와 가족을 잃고 혼자 난민 신세가 되어 떠돌며 차별받는 어린이가 분명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그림책을 통핸 상상 속 인물이지만, 누군가에게 카롤린은 자기 자신의 모습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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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린은 배고픔과 추위, 가족 잃은 슬픔도 컸지만 남들에게 이해는 커녕 되려 차별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혹시나 자신처럼 가련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이해해줄까.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 기대했던 카를린은 도시 변두리 빈민촌에 갔지요. 하지만 그곳에서도 "너 같은 거지까지 받아들이다간 다 같이 망한다!"는 폭언과 함께 ̫겨났을 뿐이에요. 카를린은 그저 배가 고파 생명권을 보장할 만큼의 먹을 거리를 간청한 것 뿐인데, 도와주기 싫은 사람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지요. "도와주고는 싶지만 넌 '우리'랑 달라서 안 되겠어."라든지, "너가 우리랑 있기 싫어하는 구나!"라면서 위선적 모습을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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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린의 절망과 슬픔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기댈 사람, 갈 곳 하나 없이 절망적인 카를린의 심경을 안네게르트 푹스후버는 비내리는 청회색 하늘로 표현했습니다. 우중충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화면입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에서 알록달록 공작새 같은 색감이 펼쳐져요. "바보"아저씨와 "바보"아저씨의 나무집이 참 화사합니다. 이름 대신 자신을 '바보'라고 소개하는 아저씨에게 카를린은 대답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나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도 바보가 될래요."
<집을 잃어버린 아이>는 참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깊은 맛의 그림책입니다. 자꾸 다시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도 바보가 될래요."라는 카를린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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