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부 다큐멘터리를 활자화한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의 2부는 LAT (Living Apart Together) 가족을 다룬다. 이 생소한 용어는 서로의
가치관과 취향을 존중해 따로 살지만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가족을 말한다. 맥시코의 국민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그랬듯이.
그 외 2부에서는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생각을 비웃듯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소개한다. 대표적 예로 반려동물에게 사람과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여 가족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팸팻족"이나, 자발적 비혼족, 사제 師弟가족 등이 등장한다.
3부에서는 프랑스, 영국, 한국, 일본 등 세계의 다양한 가족을 밀착
취재한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유럽과 일본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게 사회문제화되는 'Tanguy족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캥거루족 혹은
패러사이트 싱글)'을 주로 다루었다. 자식 다 키워놨는데, 자립 못한 자식이 부모 품에서 떠나지 못하며 부모에게 양가적 감정을 안겨주는 사례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청년 실업, 고용 불안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질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더 크게 다뤄질 이슈이기에.
4부에서는
좀 생소하게도 "부모 자식관의 상처가 대물림되는 가족"을 집중 케이스로 낱낱히 해부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제작진이 가장 깊이 들어가 가족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되는 이면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심리적 고통까지 해석해낸 장이라고나 할까. 완벽을 추구하는 부모 밑에서 열등감과
억눌림에 시달렸던 일본 남성이 한국 여성과 국제결혼 한 후, 자기 자식에게 똑같이 억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4부를 읽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가족 = 사랑, 부모 = 영원한 안식처"라는 생각에 대놓고 도전하는 챕터였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고백하듯, 한정된 제작비와 제작 기간
안에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란 참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많은 가족들을 밀착 취재하고 또 그 내용을 사회문화적 변화 양상
속에서 해석해낸 제작진의 대단한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