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 가족의 틀을 깬 놀라운 신상 가족 밀착 취재기
tvN 〈판타스틱 패밀리〉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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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999), <바람난 가족> (2003) 등의 영화뿐 아니라 <마요네즈> (1997) 등 소설에서 "가족의 해체" 내지는 새로운 유형의 가족 등장을 뜨겁게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이상적 엄마상과 아빠상, 이상적 가족상에의 환상이 펑펑 터져 나가고 "가족 = 사랑 = wild world로부터의 안식처"라는 안전한 공식이 깨지자 독자와 관객들이 당황한 듯 보였다. 없던 사실을 허구로서의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내서가 아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모두 알지만 차마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는 데 당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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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자식은 노후 보증수표, 보험"이라며 전통적 효 孝 가치를 들이미는 어른도 드물겠거니와 역으로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엄마아빠"라는 모법담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 심리서, 육아서에서 가족이야말로 지워질 수 없는 상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가족과 함께 부대끼며 살기보다는 혼자서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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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다큐멘터리 <판타스틱 패밀리>가 바로 "신 新 가족주의"의  날 것 그대로를 담아 냈다.  창사 10주년 특별 프로그램으로 기획 1년에 취재 1년을 더해 공을 들인 데다가  가족 및 시민을 무려 600여 명이나 인터뷰하여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이다.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는 4부 구성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다. 제작진은 "가족은 핏줄"이라는 전통적 가족관이 흔들리다 못해 "가족의 변화가 어쩌면 '이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참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과 가설에 대해 고민 (5)"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반려 로봇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는 사람들''이 결정적 제작 계기였다고 한다. 함께 지내던 로봇 강아지의 부품이 수명을 다하자 천도재를 지내고 나머지 부품들을 인간이 장기기증하듯 다른 로봇에게 기증한 사람들이 있다.  실제 제작진이 찾은 가족은 로봇과 유사가족(그들의 내부적 관점에서는 정통가족일) 으로서 깊은 애착심을 보이며, "로봇의 수명이 다하더라고 곁에 늘 두겠다"고까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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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부 다큐멘터리를 활자화한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의 2부는 LAT (Living Apart Together) 가족을 다룬다. 이 생소한 용어는 서로의 가치관과 취향을 존중해 따로 살지만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가족을 말한다. 맥시코의 국민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그랬듯이.

그 외 2부에서는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생각을 비웃듯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소개한다. 대표적 예로  반려동물에게 사람과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여 가족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팸팻족"이나, 자발적 비혼족, 사제 師弟가족 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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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프랑스, 영국, 한국, 일본 등 세계의 다양한 가족을 밀착 취재한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유럽과 일본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게 사회문제화되는 'Tanguy족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캥거루족 혹은 패러사이트 싱글)'을 주로 다루었다. 자식 다 키워놨는데, 자립 못한 자식이 부모 품에서 떠나지 못하며 부모에게 양가적 감정을 안겨주는 사례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청년 실업, 고용 불안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질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더 크게 다뤄질 이슈이기에.
4부에서는 좀 생소하게도 "부모 자식관의 상처가 대물림되는 가족"을 집중 케이스로 낱낱히 해부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제작진이 가장 깊이 들어가 가족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되는 이면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심리적 고통까지 해석해낸 장이라고나 할까. 완벽을 추구하는 부모 밑에서 열등감과 억눌림에 시달렸던 일본 남성이 한국 여성과 국제결혼 한 후, 자기 자식에게 똑같이 억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4부를 읽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가족 = 사랑, 부모 = 영원한 안식처"라는 생각에 대놓고 도전하는 챕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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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도 고백하듯, 한정된 제작비와 제작 기간 안에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란 참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많은 가족들을 밀착 취재하고 또 그 내용을 사회문화적 변화 양상 속에서 해석해낸 제작진의 대단한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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