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여자들에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 혼자만 알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그 여자만의 1% 특별한 모임
최상아 지음 / 레드베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잘나가는 여자들에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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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사람들이 모여 다른 누군가를 또 발가벗기는 느낌이랄까. 주로 매일같이 목욕탕에 나와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을 보면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서 일과를 시작하는 나이 지극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34) … (중략)…10년 또는 20년 뒤에 할 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매일 목욕탕으로 출근하고 싶지 않다면 남의 일보다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집중할 것을 찾아보자 (35)." 알 사람은 안다. 이 문장이 "너 그렇게  칠랄레 팔랄레 놀다가 지방대학은 커녕 나중에 날품팔이나 딱 하게 생겼다."라는 비난과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음을. 대학 졸업장, 혹은 한 때 빛나던 커리어의 추억을 뒤로 하고 목욕탕으로 출근하는 아줌마와 할머니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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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여자들에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의 저자 최상아는 "잘 나가지 않는 여자들"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책 읽기 전에는 이 서술형의 제목이 이례적인지라 "커뮤니티 =  사회적 연대 solidarity"로 확장해서 이해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여기서의 커뮤니티는 좁은 의미로는 네이버naver나 다움 daum의 주부회원 위주의 까페를 말하고, 크게 말하면 산후조리 동기, 문화센터 동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임, 심지어 수영 수강생 모임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모인 모임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람은 누구가 자신의 경험 틀 안에서 세상을 채색하기 마련이라고, 이런 '커뮤니티론'은 최상아 자신이 네이버 까페 "김포 한아름http://cafe.naver.com/momroom2013/"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점차 사회로 진출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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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통상의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수다떨기는 진화적으로 인간에게 잇점이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잡담력 雜談力"이라는 말을 빌어와서 "서울교대 나왔어도 전업주부"였던 자신이 어떻게 온라인 까페에서 칼럼을 쓰다가 틈새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가사노동을 돈으로 바꾸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블로거, 카페 운영자 등이 보잘것없다고 부끄러워하는 대신 그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능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62)" 저자 최상아 역시, 네이버 까페의 회원으로 시작했다가 까페 운영자 역할을 위임받으면서 이를 직업으로 삼은 케이스이다. 저자는 온라인 까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일부는 인정하지만, 순기능이 더 많다며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모 母 집단지성의 힘 (105)"이라고 표현하며, 성남 보호관찰소가 분당 서현 기습 이전을 강행하자 인근 엄마들은 3교대로 철회운동에 나서며 조직적으로 항의한 사례를 든다. 또한  자신도 '달에서 온 토끼'라는 오프라인 기부까페를 통해 기부문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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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비슷한 주제의 페미니스트적 책들과 <잘 나가는 여자들에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생활밀착형 구체성에 있다. '사적 (private)/공적(public) 영역'이니 '양성평등'이니 '연대의식'이니 하는 용어 하나 안 쓰고도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당신 예전에 당신이 가졌던 능력 그리워 하고 현재 처지 한탄이나 할 거야. 아냐. 일어나 살펴봐. 일 할 거리를 찾아봐.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하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사례들 실제 인물들을 소개해준다. 엄마들 모임할 ˖ 오프라인 장소 활용하는 법, 비영리민간단체 등록하는 법, 아파트 단지안에서 강사로 돈버는 방법, 커뮤니티 회원으로부터 유기적 협조 이끌어내는 방법, 공동육아 등 커뮤니티 활용하여 돈 버는 법 등.

따라서 이 책은 실제 전업주부로 노후까지 갔다가 남편의 원망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여성들에게 특히 의미있고 유익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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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상아 저자가 300여 페이지의 저서에서 내내 이야기하고 있는 '여성 모인 커뮤니티'의 가능성과 힘을 보다 구체화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갈 보다 거시적인 커넥션. 가장 쉽게 말해 사회문화적인 맥락과 정책 지원에 대한 언급이 조금 보완되었더라면 한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 수다나 떠는/ 까페 통해 불법 이익이나 추구하려는' 등, 여성 특히 엄마들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에 끓어올랐던 분노가 이 책의 집필 계기였다고 한다. 저자 최상아는 현재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 분노를 더 큰 긍정의 힘으로 키워서 커뮤니티 판을 더 키울 힘 있는 혁신가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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