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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7년 3월
평점 :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된다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를 읽으며 두 가지 면에서 허를 찔렸습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보았던 황상민 박사는 유해 보이는 인상만큼 읽기 편한 문장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독자를 배려한 친숙함도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학자적 마인드를 숨길 수 없더군요. 두 번째, 저는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가 '대통령 후보'에 집중한 대선준비용 분석일 거라 착각했는데, 이 책은 한국인의 심리를 집합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 효과까지 내더군요. 재미있게 단숨에 읽고 나니, 주변에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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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코앞에 두고 출간한지라, 저는
황상민 박사가 살짝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책을 썼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는 출판사 측에서
뽑은 부제인 "심리학자 황상민이 찾은 대통령을 만든 한국인의
심리"가 드러내듯 이 책은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분석과 전직 대통령 및 19대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이미지
분석을 주로 담았습니다. 황상민 박사는 분명히 견해를 밝힙니다. "안타깝지만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도 노무현이나 이명박, 심지어 박근혜 때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232)"
심지어는 현재 많은 국민들이 "훌륭한 인격을 갖춘
구세주(64)"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조차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박근혜가
2009년과 2017년 극적으로 이미지 변화를 맞은 것과 같은 운명을 겪을지 모른다고도 경고합니다.
황박사는 뽑아 놓고 후회하는 대중의 심리를 "루빈의 컵 (Rubin's vase)"과
"결혼 배우자 선택과 그 이후의 심리"에 비유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대화가 잘 통해서, 영화 취향이 비슷해서" 상대를 선택했다며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예비신랑, 신부치고 결혼 생활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못 봤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충 괜찮아서 하는 결혼이 후회를
남기듯 대충 나아 보여서(186~7)" 대통령을 뽑았다가는 유권자가 착한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 독재자 만들고 후회할 게
뻔하답니다. 즉, 독재자 초청을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 개개인이 우아한 척 포장하지 말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을 깨어있게 해야 한답니다. 정치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착한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먼저 "내 이익을
극대화시켜줄 대통령 후보를 뽑습니다. 이후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종업원인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두 눈을 치켜뜨고 지켜봐야
(231)"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교수는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 시절 여성 대통령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려 하기에 "박근혜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적
역할을 하며 산 적이 없는데 (7)"하며 비판했더니 정교수직에서 타의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이후 "연구 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과 공유하고
소통했었어야 했다"며 "제 욕망에 충실하지 못했던 지난 삶을 후회(208)"했답니다. 그 덕분에 일반 대중도 하버드대 출신 심리학자 황 박사의
펜끝으로 펼쳐진 생각들을 이렇게 접할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