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고은 지음, 한지아 그림 / 바우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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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시 그림책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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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림책 리뷰 경력 6년차이지만, 꽤나 소화가 더딘 책을 만났다. 참 이상한 것이 짧은 문장 몇 줄이 고작인데, 그 행간이 되려 어렵다. 더 이상한 것은 아이들은 이 책을 쉽게 읽고 금새 좋아한다는 점이다. 9세 아이는 낮에 읽은 불교동화와 <하늘>에 공통점이 있어서 맘에 든다고까지 평한다. 그런데 도리어 어른의 눈높이에서는 이 짧은 시 그림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거창한 해석을 덧붙여야만 한다는 허영때문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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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솔 출판사에서 펴낸 <하늘>은  고은의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 작가 한지아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더해 태어났다. 한국과 영국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그녀의 그림은 건드리면 몽골몽골 솜사탕 같은 구름이 피어오를 듯, 부드럽고 화사한 톤이다. 신화적 상상력을 요하는 고은의 시를 시각화하는데 딱 적임자였나보다. 어쩌면 이렇게 독창적으로 해석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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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붙어 있던 하늘과 땅"을 갈라 놓은 심술쟁이를 한지아 작가는 머털도사 헤어 스타일의 꼬마로 형상화했다. 시 속에서는 두 차례나 "심술쟁이"로 불리는데 요 꼬마 왜 이리 사랑스럽게 생겼는지. 게다가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오히려 신나 한다. 땅에서는 그네타고 놀고, 하늘에서는 새와 날고 연과 난다. 하늘에도 속할 수 있고 땅에도 내려올 수 있는 존재인가보다. 평론가 엄혜숙은 한지아가 심술쟁이를 어린이로 표현한 데는 "하늘과 땅처럼 지내던 부부에게 어린아이가 생기자, 두 사람은 마치 떨어져 있는 하늘과 땅 같은 사이가 되면서 아이를 키우게 된 상태를 표현한 건 아니었을까?"라고 추정하기까지 한다. 모르겠다. 아무튼 이 세계에도 저 세계에도 속할 수 있는 심술쟁이가 이름과 달리 자유로워보여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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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인지라 문장이 몇 안되지만 유독 아래 부분이 마음에 든다. "땅이 낮대"가 아니라 "땅으로 낮대"라고 표현한 이면에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각각 본연의 의무와 자리가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저렇게

저렇게

하늘이 높대

 


이렇게

이렇게

땅으로 낮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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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솔 그림책을 보다가 앤서니 수사라고 불리는 안선재 명예교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영국 태생인데 1994년 귀화하였고, 대한민국문학상 번역부분 대상 등 많은 번역상을 수상해왔다. 그는 특히 고은의 작품 <만인보>나 <화엄경> 등 한국 시와 소설 30여편의 영문 번역서를 냈다고 한다. 바우솔 출판사에서는 한국어 원문에 상응하는 앤서니 수사의 영문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두 언어로 표현되었으나 그 근본의 정서가 하나로 느껴진다. "땅은 땅, 하늘은 하늘"이라는 대자연, 혹은 우주의 이치를 겸허히 수용하자는 정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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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 작가님에게 아이가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직접 그림을 그린다. 아이의 그림 속에서도 심술쟁이는 귀엽고 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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