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멋진데!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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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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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이 성장하며 품을 법한 세상을 향한 질문을 명사의 좋은 말로 풀어주는 그림동화랍니다. 어려운 철학용어 하나 없이도 어린이 독자의 시야와 세상을 향한 관심을 넓혀주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가벼운 페이퍼백이라 개인적으로 더욱 열렬히 응원하는 시리즈랍니다. 최근 출간된 <오, 멋진데! (원제: C'est Chic!)>는 제목만 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룰지 감이 잘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강수돌 (고려대, <지구를 구하는 소비> 저자) 교수가 쓴 "더 많이 사면 더 행복해질까요?"라는 꼭지글의 제목을 보니 '오! 알겠네요' <오, 멋진데!>는 바로 착한 소비를 이야기하는 동화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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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멋진데!>의 첫 페이지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가득 올려놓은 가판대가 등장합니다. 화초, 우산과 장화, 양탄자, 옷걸이, 세탁기와 욕조 등등. "상인이 사세요! 사세요!"를 외치지만 행인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죠. 그러자 상인은 기발한 전략을 세웁니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물건 이름과 용도를 살짝 바꾸었거든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 우산"이라고 외쳐대니 갑자기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입니다. "새롭다!"면서요. 사람들은 물건을 빨리 손에 넣을 생각에 흥분해서 가판대로 우르르 달려가지요. 냉정한 마음의 독자라면 다 알 텐데, 동화 속 사람들은 모르나봅니다. 옷장 서랍을 침대로 대신하기 어렵고, 구두를 찻잔 대용으로 쓰기 어렵다는 것을요. 그들은 불편을 감수합니다. '새로운 물건'에 길들여져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어른들은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었듯이, "사실, 전 이딴 물건들 전혀 필요하지 않았어요. 사지 않았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당신들에게 잘 보이고 자랑하고 싶어서 샀을 뿐이랍니다."라고 아무도 이야기 하지않아요. 벌거벗은 임금님을 묵인하듯, 불편을 감수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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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데!"를 연발하며 '신상품'이라고하면 열광하며 사들이는 그 모습을 독자는 종이 밖에서 비웃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속의 그 독자 역시 신상품 카달로그만 넘겨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정기적으로 백화점을 배회하며 카드를 긁어야 공허함이 달래지는 쇼핑중독자일지 모르지요. 결국 <오, 멋진데!> 속에서 어리석은 군중으로 묘사된 사람들이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에서 독자들은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일까? 이 물건 없이는 못 살까?'

미세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깡통으로 지구 가장 깊은 심연의 바다까지 오염되고, 쓰레기 산사태에 사람이 깔려 사망하는 해외뉴스가 자주 보도될만큼 물건에 치여 사는 세상, 과소비로 지구의 숨통을 죄여가는 세상, 우린 정말 다시 생각해보아야합니다. "꼭 사야만 행복할까? 더 소비해야만 남들처럼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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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습이 이들과 같지 않은지, 뜨끔하게 하는 그림이네요. 최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헌신처럼 쓰던 폰을 내버리고, 최신 유행의 백이 나오면 쓰던 백은 중고처분해버리는 우리의 모습. 새로운 물건을 구하려 손을 내뻗는 그들의 표정이 밝다못해 화사해보이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과연 물질소유로 채워지는 행복감은 진짜 행복일까요? 나의 소유욕을 채움으로써, 누군가는 결핍감을 느끼고 또 이 지구가 신음한다면 그 미소는 진짜 화사하다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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