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마르코 베레토니 카라라 지음, 치아라 카레르 그림, 주효숙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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ϻ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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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하면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를 밀어내는 아이의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같이 읽어볼래?"했더니, 10대 청소년인지라 쑥스러워하며 혼자 다시 읽어보겠노라 한다. 곱씹어 읽으며 아이는 작품의 의도를 이해했을까? '너 자폐아라고 들어봤니? 본 적 있니?' 꼬치꼬치 캐물으며 아이의 독해에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병명으로 사람을 규정해버리는 것도 사실 폭력이므로. 그 아이는 그 아이이지, '자폐아'로서 깔때기에 걸러진 듯 단 하나의 정체성을 갖지 않으므로.

사실 본문 어디에도 '자폐아'라든지 '이상하다'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읽고 싶음은 낡고 닳은 내 마음일 뿐. 작가 마르코 베레토니는 의도적으로 단어를 조심해서 썼으리라. 아마도 "그냥 다를 뿐이라고. 조금 다른 존재일 뿐이라고. 그런데 그 다름은 이 누나뿐 아니라 사람이면 모두 생명체면 모두 조금씩 다르니 비딱한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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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는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과 한 호흡인양 어우러진 일러스트레이션이 일품이다. 이태리 태생 치아라 카레르는 20여년간 100여권의 어린이 책을 펴냈을 만큼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해왔다. 1995년 유니세프 상, 1999년 안데르센 상, 2000년 볼로냐 라가치상 우수상, 2003년 브라티슬라바 황금사과 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에 더욱 빛나는 이탈리아 대표 그림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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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도적으로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에서 독특한 벽지 모티브를 사용한 듯 하다. 간지를 가득 매운 꽃, 줄기와 잎은 방향성을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키고 설켜 있다. 제멋대로 유선형의 몸선을 뽐내는 그 얽힌 모습이 혼란스러워보이기 보다는 독특하게 매력적이다. 치아라 카레르는 꼴라주와 연필로 죽죽 그은 선이나 사라의 그림자를 통해 그 불안정한 내면 세계를 표현한 듯 하다. 때로는 사라가 벽지 속으로 사라진 듯, 벽지와 하나인듯 느껴지기도 하다. 이내 그 벽지는 활기를 품은 듯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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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를 감상할 때는 벽지와 사라의 그림자에 주목하면 좋겠다. 이 세계에도 저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중간지대의 이방인으로서의 사라. 동생은 그런 누나가 ˖로는 무섭지만 그래도 좋다. 누나니가. 누나 역시 때론 무섭게 굴 때도 있지만 기분이 좋을 때면 동생을 꼭 끌어 안아준다. 동생을 사랑하니까...그게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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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뇌싱경학자  故 올리버 색스의 저서를 읽다보면 사람과 사람의 기본적 소통이 안 될때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틀림 없이 자폐증을 가진 가족 일원을 둔 가족에서는 그 소통 불가능성에 절망하고 괴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에서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를 긍정하는 모습은 멀리서 기웃거리는 독자에게도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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