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연도감"이라는 장르의
책은, 내 좁은 경험으로는, 주로 어린이용 세밀화나 전문가용 도감의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특히 세밀화의 경우 개미 더듬이까지 그려낼
정도로 그 세밀함이 극에 이른다. 그런데 줄리아 로스먼이 그린 자연은 좀 색다르다. 단순히 자연그대로의 색으로 겉만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저자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한 색감으로 대상물을 때로는 해부하고, 때로는 단순화해서 보여준다. 독자는 작가가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생물다양성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얼마나 각성되어 있는지가 <자연해부도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이는
그녀의 가족적 유산과도 관련될 듯 한데, 그녀가 "도시 바깥에 온전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여동생"이라며 헌정한
제시카 로스먼 (홈페이지 http://pages.nycep.org/rothman/) 은 영장류 생태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이다.
아프리카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며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동생에게 줄리아 로스먼은 무한한 존경심을 표한다. 그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뉴요커로서 뉴욕에서 성장하고 현재도 뉴욕거주자라면 그 여동생은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줄리아 로스먼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이 있다면 뉴욕의 프로스펙트 파크에서도 행복한 "자연산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해부도감>은 그 "자연산책"의
기록이자 독자를 초대하는 초록 초대장이다. 농장해부도감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