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 삶의 끝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긴 인생의 말들
헤더 맥매너미 지음, 백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Cardsfor Bri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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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두 번이나 다시 읽었던 <숨결이 바람이 될 때> (리뷰: http://blog.naver.com/dancia9/220924425394)의 저자가 36세에 폐암으로 요절한 의사인데 최근 읽은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원제: Cards for Brianna)>의 저자 역시 36세에 유방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책을 펴낸 곳 역시 '흐름출판사'로서 동일하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의 대히트 이후, 출판사 측에서 일부러 발굴해낸 책이겠지만 '36'이라는 숫자가 공통분모라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두 저자는, 아니 두 고인은 직업과 성향 그리고 문체가 꽤 다르지만 그 용기와 의지의 면에서 닮았다. 독자를 울컥하게 감동시키는 삶의 자세 역시 참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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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레지던트 수련의으로 의학도이자 예비학자로서 자신의 죽음을 지적으로 성찰하기에 다소 철학적이고 저자의 임종까지 부인이 집필함으로써 존재의 소멸을 독자에게 사무치게 느끼게 해준다. 반면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는 네살배기 딸을 둔 엄마가 자신의 딸에게 미리 남겨주는 카드를 중심 전달체로 삼은 밝은 문체의 글이다. 저자 헤더 맥매너비는 죽음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기보다, 항암투병 과정의 무시무시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데 더 비중을 두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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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암은 내 몸을 앗아갔지만 우리가 나눈 사랑과 웃음, 희망, 기쁨은 빼앗지 못했다...(중략)... 암과 함께한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나는 암을 상대로 꽤 큰 승리를 거뒀다는 생각이 든다(238)"라고 자평하는 데 실로 그런 인상을 받았다. 숱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겠지만 저자는 시종일관 터미네이터의 여전사처럼 강인하고, 순간순간을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며 밝게 웃는다. 적어도 책에 적힌 문장을 통해 만나는 저자는 그런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계속 웃을 수 있고, 웃을 이유를 찾는 최고 멋진 여인이다. 아마도 딸을 생각하며 고통을 견뎌냈기에 가능한 웃음과 쾌활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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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스로 "나 같은 아줌마가 이런 줄임말을 쓰다니 우습겠지만 (38)"이라면서도 헤더 맥매너미는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산다고 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불치병 환자로서 이상해보이겠지만, YOLO를 믿고 살면 "누구나 결국에는 맞닥뜨리지만 유쾌하게 받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 (39)" 때문이란다. 말뿐이 아니다.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다보면 육체의 쇠락에도 불구, 정신은 투명한 유리처럼 맑고 솜사탕처럼 가벼워서 인생의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진다. 관념적이거나 거창한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고나면, 지금의 내 삶의 태도와 인생관을 돌아보게 되고 '웃자웃자 으̌으̌'하게 되는 이유는 저자의 그런 낙천성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해더는 책 곳곳에서 14년째 인연을 이어오는 남편 제프를 '최고의 남편'이라고 추켜세우지만, 헤더야 말로 '최고의 부인, 최고의 강인한 여전사'가 아닌가 싶다. 36세의 나이에 어린 딸을 둔 그 누가 이처럼 암 앞에서,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뜨겁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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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으로 몸부림칠 정도로 병이 깊고 죽음으로 향해가다보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쉬울텐데, 저자 해더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는 이웃사람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오히려 더 키우는 것 같다. 6개월간 저녁식사를 제공해준 지인들에게 감사, 자신이 죽고 나면 딸 브리아나를 챙겨줄 친구들에게 감사, 자신과 동고동락해준 남편 제프에 대한 절대적인 감사, 그리고 딸에 대한 절대적 애정. 사랑과 감사, 말보다는 행동으로 현재를 사는 뜨거움. 그런 긍정적 감정이 충만하기에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는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이 더 강하게 떠오를지도. 해더의 딸 브리아나는 비록 자신이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을, 초등학교 준비물을 고를 때, 첫 운전 면허를 땄을 때,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나 결혼할 때 물리적으로 엄마를 곁에 두지는 못하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엄마와 함께할 것이다. 바로 그 이유가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가 세상에 나온 이유이니까. YOLO의 철학을 세상에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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