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것이 행복"이라는
요즘 유행하는 살림 철학에 편승해서 매일 집에서 물건 버리기를 실천하는지라, 어린이들에게도 "용돈은 거추장스러움"일 거라 생각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주머니가 늘 두둑하게 채워지는데, 용돈이 굳이 필요 있을까? 용돈 줄 생각, 꿈에도 없었는데 <용돈이 다 어디갔지?> 때문에
바뀌었어요. 라임 출판사 신간 "우리는 단짝" 시리즈에 폭 빠진 8살 꼬마가 <용돈이 다 어디 갔지?>를 읽고 조심스레 말하더라고요.
"저는 용돈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얘기를 잘 모르겠어요."라고....그래서 일주일에 2000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더니 너무나 기뻐하는 거예요.
다시 며칠 후, 더욱 조심스레 말을 걸어 오는 아이. "그런데 친구들이 2000원이면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 용돈이래요."라고 하니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이야기를 하면서도 의사를 관철시키는 꼬마의 귀여운 전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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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마타 역시 '조심스레 말을 꺼내서 뜻을
관철시키는 전략'을 썼어요. 마찬가지로 성공이었지요. 엄마가 시키시지 전에 식탁을 차리자 엄마가 기특해하시는 틈을 놓치지 않았어요. "저에게도
이제 용돈을 주시면 안 돼요?" 하니 그 날 저녁부터 바로 용돈이 생겼네요. '첫 용돈'이라 너무 설레었어요. 수업 시간 내내 용돈 생각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아니마타가 이처럼 용돈 받고 기뻐한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용돈으로 엄마 생일에 근사한 선물을 사드릴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아이스크림 트럭 차량이 오자 갑자기 이렇게 외쳤지 뭐예요. "내가 아이스크림 사
줄게. 전부 이리 따라와!"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라 간 다음, 아니마타는 당당히 돈을 내밀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거스름돈이 너무
적었어요. 놀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어요. 그런데 자꾸 거스름돈 생각이 나서, 그만 아이스크림을 다 먹지도
못하고 돈을 세었어요. 얼마인지 몰랐을 때는 태연한 척 할 수 있었지만, 동전 몇개만 남은 용돈의 액수를 확인하고 나니 엉엉 울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아니마타가 너무나 귀여워서 자꾸 다시 이 페이지를 다시 읽게되더라고요. 이렇게 엄마 생신 선물을 놓치게 되나 싶던
차에, 의리파 친구들이 도움을 주었어요. 자기가 먹은 아이스크림 값을 돌려주는 친구도 있었고, 엄마의 가게 일을 도와 수고비를 받도록 주선해준
친구도 있었어요. 꼬마들이지만 친구 아니마타의 마음을 위로하고, 의리있게 도와주는 모습이 참 멋있네요.
<용돈이 다 어디
갔지?>는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똑 닮은 아니마타라는 주인공을 통해 첫 용돈의 설렘, 용돈 펑펑 쓰기에의 유혹과 무계획적인 소비의
허망함, 그리고 계획적인 지출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알려주는 일종의 경제 동화 역할을 해줍니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욕구의 무한함과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모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지요. <용돈이 다 어디 갔지?>를 읽은 꼬마 독자는, 장담컨대 용돈을
알뜰하게 쓸 수 있을 거예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꼭
부모님이나 친구와 함께, '여러분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요?'와 '나는 어떤 유형일까요?'의 질문을 두고 생각을 해보세요. 용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나는 용돈 쓰는 데 있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고 앞으로 계획세우고 실천하는 데 알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