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형의 바다
우덕현 지음, 조여영 그림 / 다할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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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인형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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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소재가 다양하다지만, 아쿠아리움이 주요 배경이 되고 아쿠아리스트가 주인공인 그림책은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바다 생물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탐색하는 진지한 주제를 이처럼 몽환적으로 그려낸 그림책으로도 처음이었어요. <소금 인형의 바다>.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중편 동화에 가까운 분량입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존재는 1만 8천여년 전에 사람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온 소금인형입니다. 전신이 매끈하니 아름다운데, 발만 낙타 등처럼 두툼하다는 소금인형은 인어를 연상시킵니다. 이 소금인형은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 생물들과 소통하는 법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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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소금인형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20여 년을 천직인 아쿠아리스트로 일해온 중년의 남성, 제준이었어요. 제준은 수족관 안의 백상아리가 입을 벌리고 다가와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수족관 속 물고기들에게 수십 년  지기인 양 편안하게 말을 건네는 소금인형이 신기하기만 했지요. 그래서 아쿠아리움 내 비어있던 양호실에서 하룻 밤 머물게 해주고 이후에는 조수로 소금인형을 추천했어요. 소금인형의 독특한 능력을 알아본 관리인은 그녀를 아쿠아리움의 총연출자로 임명했어요. 제준은 디스플레이와 수종 유지를 주 업무로 삼는 총감독으로 승급해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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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이 유지되고, 일정 시각 먹이가 나오는 수족관 안의 삶은 물고기들에게 안정감을 주었어요. 게다가 관람객들은 물고기를 좋아하는 듯했고요. 하지만 지구의 환경위기를 진단, 해결하고자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에 아쿠아리움 물고기가 차출되었다네요. 지구의 온도가 평균치보다 3도 이상 올라간 상황에서, 물고기들이 온도 상승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아쿠아리움 물고기가 필요하다 합니다. '약육강식'의 바다에 대한 공포는 아쿠아리움 안 물고기들에게 모두 있습니다. 하지만 생경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대의를 위해 물고기들이 자원합니다. 소금인형 역시 이 위대하고도 위험한 대장정에서 빠지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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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파괴해온 바다의 상황은 상상보다 처참했어요. 산호 숲은 사라져, 마찬가지로 죽어 사라진 쏠배감펭과 거북이의 흔적만 덮고 있었습니다. 총천연색의 생동감은 사라지고 무시무시한 적막 속 말라비틀어진 회색뿐입니다. 북극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아기곰들이 빙산에 갇혀있는데, 대부분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걸음을 떼기도 힘든 가련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온 원정대 물고기와 소금인형은 이들을 돕기로 결의합니다. 향유고래들이 초음파로 방향을 잡은 뒤 빙산 아래쪽을 밀어냈습니다. 얼음에 긁혀 몸에 피가 맺혀도 꿈쩍도 안 하는 빙산을 계속 밀어냅니다. 역부족입니다. 그때 멀리서 흑등고래와 범고래들이 몰려와 합창하며 힘을 모읍니다. 모두 힘을 모아 아기곰들을 구하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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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덕현 작가는 <소금인형의 바다>를 암울할 미래에 청록의 희망을 보여주며 끝맺습니다. 이야기 속이니 가능한 청록의 희망일까요?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의 원전 멜트다운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미세플라스틱입자들이 심해생물까지 오염시키고, 북극 이누이트 여성의 모유에서는 독성물질이 검출되는데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비록 '희망의 기도와 노래'일뿐일지언정 청록이 암갈색보다 나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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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글자가 많아서 어려워 보인다"더니만 <소금 인형의 바다>를 몇 번이나 다시 읽은 여덟 살 꼬마가 직접 그림을 그려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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