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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 : 400일 동안 끄적인 일기
프레데릭 푸이에.수지 주파 지음, 리타 베르만 그림, 민수아 옮김 / 여운 / 2016년 12월
평점 :
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
경쾌한 오렌지색 표지에 상큼한 편집
때문에 어린이용 동화로 착각했다. 킬킬거리며 <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를 읽다보니, 아이들
세계의 금칙어도 등장하고 어른들, 그 중에서도 신문 꽤나 뒤적여 세상 일 밝은 어른 세계의 고유명사들이 행렬을 이룬다. 어라, 어째 주인공
고양이가 귀여운 애교와는 거리가 멀다 싶더니, 이 시니컬한 까칠이 고양이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 주인공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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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에는 '400일 동안 끄적인 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에드가가 쓴 일기란다. 자칭 "잘생기고,
똑똑하고, 어쨌든 당신(독자)보다는 훨씬 더 똑똑한" 고양이인지라, 일기 쓰기는 식은 죽 먹기이다. 게다가 이 일기는 출간을 염두에 두고,
편집자의 입맛에 맞춰 썼다지 않는가! 독자더러 에드가를 평해보라면, 요 녀석 꽤나 자존심 강한 고양이이다. 상식 선에서의 상하 관계에 굴하지
않는다. 되려 뒤엎는다. 이 집 저 집 떠도는 신세였는데, 자신을 입양해준 주인 가족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멍청이 가족'이라며 조소를
퍼붓는다. 주인을 '주인'이라 부르는데 혐오감을 표시하고, 주인 식구가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는 걸 창피스러워한다. 사람으로 치면, 차가운
도시 남자라고나 할까.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런데 독자가 "너, 고양이 주제에!"라며 익숙한 비꼬는 말을 던지려다가도,
흠칫할 수 있다. 에드가가 나(독자)보다 유식한 거 같거든. 칼 라커펠트의 뮤즈가 되어 패션 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싶어한다거나, 프레디 머큐리
버금가는 멋진 콧수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외에도 지그먼트 프로이트나 쥴리어스 시저 등의 위인에서부터, 저스틴 비버나 루크 스카이워커 등
엔터테인먼트 계에서 유명한 이름들이 이 책에 자주 등장한다.
에드가는 한 마디로 까칠한
'폼생폼사' 야옹이. <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에 소개된 400일치의 일기를 읽다보면, 한 편의
잘 연결되는 허무 개그를 보는 듯 하다가도 후련하다. 폼생폼사로 끝까지 남을 수 있는 배짱과 뻔뻔함을 에드가가 가졌기에, 대리만족이 되는
것일까? 눈치볼 데 많고, 비교당할 데 많아서 까칠이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현실 속의 인간들이 에드가를 참 부러워 할 것도 같다!
에드가의 첫 일기가 성공적으로 출간되었으니, 에드가의 다음 일기를 기대해되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