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라디오 - 당신의 일상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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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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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안팎으로 살기 더 팍팍해지게 죄어오는 시대에,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도리어 인문학을 찾고 과학의 성역을 기웃거리는 것 같다. 출판계 트렌드를 분석해낼 능력은 없지만, 연일 올라오는 추천 도서 리스트만 보아도 과학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하다. 물론, Ph. D 자격증을 가진 과학 전문가만이 해독해내는 고급 과학이 아니라 대중화된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과학. <사이언스 라디오>는 그런 면에서 참 반갑고 영리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이은영은 과학을 전공했고 '까치의 음성 신호에 의한 의사소통’을 석사 논문에서 다뤘다고 한다. 십수 년 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했고 무려 15년간 과학전문 출판사에서 과학책 만드는 일을 해온 그녀이지만, "진정 과학에 흠뻑 빠져들게 된 건 과학에 관한, 과학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부터(11쪽)"이라고 솔직히 밝힌다. 쉬운 말로 여기에서 "많은 이야기"는 과학계의 '뒷담화' 혹은 '흥밋거리'로 이해하면 된다. 그 정도로 <사이언스 라디오>는 어느 장을 펼쳐 읽어도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쉽고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플러스, 15년간 과학 전문 출판일은 해온 그녀의 동료들이 최상의 편집술로 책 읽는 재미를 몇 배로 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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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북스의 편집장으로서 같은 메뉴도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더 친근하고 달콤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 비법에 통달한 이은영의 <사이언스 라디오>는 한마디로 과학 잡지의 기사들을 뷔페식으로 엮어낸 책 같다.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어쩜 그리 딱 어울리는 비주얼 자료를 찾아내서 함께 곁들여 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원제: Catching Fire)>를 소개하면서, 인간과 침팬지의 포효(?)하는 사진을 나란히 놓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시도였다. 덕분에 왜 화식(火食)으로의 전환이 인류의 해부학적 특징에 반영되었는지를 또렷하게 기억하게 되니까. 또한 "수다"의 진화적 이점을 언급하면서 같이 배치한 Eugene de Blass의 작품도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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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학을 업 삼는 이가 아닌 일반 대중이라도 <사이언스 라디오>에서 소개한 다양한 화두에 이미 익숙할 것이다. 수면박탈 실험이라든지, 우주로 띄운 타임캡슐, 포크의 사용으로 대변되는 식생활의 혁명, '과잉기억증후군'의 저주를 안고 사는 사람 등은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포털의 기사, 잡지 기사 ,과학 서적 등 다양한 경로로 한 두 번 접해보았을 소재들이다. 차별점은 <사이언스 라디오>는, 독자가 식상하게 느낄 수 있는 소재도 마치 내 이야기를 수다 떨듯 술술 편하게 풀어내기에 짜집기 정보 모음 기사를 읽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서적 베테랑 편집자 이은영의 머릿속 실타래를 줄줄 풀어나가듯 이야기가 술술 풀려 정말 재밌다. 한 가지 단점을 그래도 꼽으라면, 뷔페 각각의 메뉴는 흥미로운데 그 메뉴들을 놓을 전체적인 맥락이 독자의 머릿 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각각의 꼭지글이 재미있는데, 책 다 덮고 나면 전체적인 흐름과 배열은 글쎄다 싶다. 재미난 과학잡지 모둠을 읽은 기분. <사이언스 라디오>의 가장 고마운 점은, 과학과 친해지려면 질문을 잘 해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은영의 접근방식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는 점이다. 타이타닉호를 다룬 숱한 이야기 중에 누가 '깃털의 경제학'을 이야기 실타래 풀기의 첫들머리로 삼겠는가? 읽어보면 안다. <사이언스 라디오>, 참  재밌다. 읽다보면, 스마트폰 두드리는 것도 잊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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