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디 갔지?
시게리 카츠히코 그림, 이타바시 마사히로 글, 황진희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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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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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릴게"하면서 몰래 숨어서 상대를 관찰해본 기억, 사라진 척하면서 몰래 숨어서 "실종" 상황을 연출한 경험 많이 공유하실 테지요? 역으로, "실종" 상황에서 실종자가 되어 본 무서운 기억을 가진 이도 있을 테고요. <모두 어디 갔지?>는 너무나 친근한 소재, 사실적인 묘사 덕분에 타임 머신을 타고 옛 기억을 헤집고 나온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동네에 대형 쇼핑몰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꼬마는 노란 배낭을 메고 졸래졸래 형들을 따라나섰습니다. 구경꾼은 바글바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높은 천장, 웅성웅성 시끄러운 소리 꼬마는 비일상적인 활기와 소음에 신이 났습니다. 이내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어요. 형더러 같이 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혼자 화장실에 갔지요. 형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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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발을 하고 오줌을 누는 꼬마의 시선은 화장실 밖을 향해있습니다. 의젓한 척하고 있지만, 실은 못내 걱정된 것입니다. 형들이 제 자리에 있을까 싶어.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형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은 형들이 몰래 숨어 꼬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지요. 꼬마는 당황해서 형들을 직접 찾아 나섭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녀보고, 급기야 통유리 엘레베이터를 타고 건물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형들은 당황한 동생을 보며 킥킥거리지요. 독자는 살짝 화가 나려고 합니다. 저 어린 꼬마가 눈물을 꾹 참고,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을 누르며 씩씩하게 형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계속 숨바꼭질 놀음인가 싶어서요.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이번에는 형들도 동생을 놓쳤습니다.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속이는 편"이었던 형들이 "제꾀에 제가 넘어가 당하는" 편이 되자 고소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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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디 갔지?>는 스릴러 장르도 아닌데, 아이의 조바심 나고 떨리는 마음이 독자에게 잡힐 듯이 묘사된 멋진 책입니다. 게다가 시게리 카츠히코는 작가 이타바시 마사히로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듯, 글과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생생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독자를 책 속으로 확 잡아 끌입니다. 곧 울 거 같으면서도, 꾹 울음을 참고 씩씩하게 형들을 찾는 꼬마의 표정, 이와 대비해서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실제 동생이 보이지 않자 걱정으로 울상이 되어버린 형의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형 품에 안긴 동생 표정이 압권입니다. 독자는 비록 형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상상 할 수 있습니다. 장난치려다가 진짜 동생을 잃을 뻔한 형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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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디 갔지?>의 두 작가 덕분에 어른조차도 아이의 시선, 아이의 마음, 그 너머의 순수를 가까이서 잡아볼 수 있네요. 형과 동생의 우애, 어리지만 의젓한 꼬마의 귀여움이 어우러져 <모두 어디 갔지?>를 사랑스런 그림책으로 기억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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