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동영상을 보던 6살 꼬마가 이야기합니다. "저 사람 부자인가보다. 옷에 저렇게 빤짝거리는 게 많이 달려있다니!!" 그 귀여운 말에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났는데요.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19살의 12월 31일에서 20살의 1월 1일이 되는 순간,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줄
알았어요. 어른이 되면, 절대 잘못도 안 하고, 훌륭해지고, 귀신 같은 게 무섭지도 않은 줄 알았어요. 한마디로 어른은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결체라 생각했던지라, 전 어려서 유난히 어른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했네요. 물론 세계 많은 문화권에서 '어른'의 범주가 상대적이고, '어른
되기'의 입사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른다움'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요.
스콜라 출판사의 <어른이 되는
날>은 바로 이런 어른 되기의 과정을 재미나고도 쉽게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쓴 유다정 작가는 '어른스러움'과 대척점에 있는 어린이
금동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한수자 작가가 재치있게 금동이 캐릭터를 그림으로 포착해냈는데요. 금동이는 열 살이 넘어서도
아랫목에서 밥 먹고 귀찮아서 윗목에서 똥을 쌉니다. 배는 멜롱 나온 데다 게을러서 글자도 안 배워 까막눈입니다. 이러니 금동이 부모님의 한숨이
깊지 않겠습니까?
금동이 부모님께서 묘안을 내셨습니다. "한양에 가면, 게을러 걷지도 않는 사람들도 갖고 싶은 거 맘대로 갖고,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먹는다"하니 금동이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요. 두 눈은 사탕으로, 베개에는 엽전과 고기를 그려 넣어 금동이의 심리를 표현한 한수자
일러스트레이터 덕분에 글자 읽는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어른이 되어야만 한양에 보내주겠다'시는 부모님의 뜻이 완강하니 금동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입니다. 동네 어르신들께 어른 되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꼴 베기, 농사일하기, 글공부하기" 금동이는, 동네 어르신들이 알려주신
대로 차근차근 열심히 했습니다. 시나브로 금동이는 속이 꽉 차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게다가 어른들께 공손하기까지 하니, 동네 사람들의
칭찬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금동이는 결국 한양에 갔느냐고요? 물론이지요. 호랑이 나온다는 산도 넘고, 먼 길을 걸어 한양에 가서 장원급제도
하였답니다. 한양 가기 전엔 관례를 치르고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성인 여성을 만나 결혼도 했고요. <어른이 되는 날>을 읽고 나면,
우리 조상들이 '어른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추구했고, 어떻게 일상에서 훈련했는지, '어른다운 삶'을 고민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른은
'성년의 날'에 짜잔하면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면서 꾸준히 추구하는 과정이겠지요? 어른같지 못한 어른이 많아
부끄러운 이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날>을 읽으니 더욱 긴장됩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