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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책 ㅣ 상수리 그림책방 5
김선진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작은 집
그림책 한 권을 넘겨 보았을
뿐인데, 왠지 작가 김선진을 알게 된 느낌이다. '일상의 따사로움'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이 따스하며, 그 따스함을 기꺼이 타인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예술가. <나의 작은 집>은 작가의 목소리와 경험이 잔뜩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그림책이었다. 상상해보건대, 아마도 싱글 젊은
여성으로서 검소한 삶을 사는 저자는 이사를 자주 다녔나 보다. 집을 옮겨 다니다 보니, 몽글몽글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오기 전에 이
공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작가가 설마 사설 탐정처럼 이전 거주자에 대한 조사를 했을리는 없겠고,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거주자들을 상상했겠지?
흥미롭게도 작가의 <작은
집>을 거쳐간 사람들은 예술가인 작가만큼이나 무엇인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먼저, 자동차 정비사 아저씨.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자동차 여행을 한다하니, 통속적인 상상력 속에서 늘씬한 미녀가 그려진다. 그런 진부한 통속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음
페이지 정 중앙, 자동차에는 정비사 아저씨와 늙은 어머니가 함께 하고 있다. 따뜻한 그 마음에 절로 눈웃음이 지어진다. 사진사 아저씨도 이
공간에 살았다고 한다. 군산여행에서 보았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이자 옛 사진관 기억을 나게 하는 사진관이 그려있다. 사진사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사진을 찍어나간다. 모자 가게 청년들이란 캐릭터 설정도 흥미로웠다. "나는 이 모자!" "나는 요게
더 이뻐" <나의 작은집>을 함께 읽던 아이들이 청년들의 모자 구경에 정신이 팔린다.
한동안 비어 있던 이 집에 아담한 체구의 아가씨가
이사온다. 아가씨는 쉬고 있던 집에 생명의 손길을 불어 넣어 준다. 먼지 털어내고 반질반질 청소는 물론이거니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따뜻한
색감의 양탄자를 바닥에 깐다. 작은 화초들을 늘어 놓고, 선반도 만들어 달았다. 예술가라는 직업에 딱 어울리는 창조의 공간으로 작은 집을
꾸몄다. 공간의 배치와, 공간에 놓인 사물을 통해 그 공간과 소통하는 사람의 성향, 성격까지 보인다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다. 작가는 그렇게
공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으며, 우리 역시 공간과 보이지 않는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작은 그림책을 통해 전달해준다. 조금 어려운 말로
'집의 역사성'이라고나 할까? 사방이 시멘트인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사람의 온기를 되살려 내고, 사람의 자취에서 그들이 품었던 꿈과 사랑을
읽어낸다. 게다가 현실이라는 장에서도, 자신의 앞마당을 기꺼이 마을 사람들을 위한 담소와 휴식의 공간으로 꾸며 내놓는 모습에서 독자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진다.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맛있는 초코 쿠키 한 상자 들고가 인사 건네며 작가가 내놓는 차 한잔 얻어마시고 오고 싶어진다.
본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은 예쁜 엽서들. <나의 작은 집>을
읽고나니, 마음이 훈훈해져서 엽서 여러장이 모자르다 느낄 만큼 엽서 쓰고 싶어지는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네요. 이처럼 한 권의 그림책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손글씨를 쓰게 해주다니 마법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