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었어요, 늘었어" 어른들에게 이 단어를
주면서 문장 10개만 만들어보라고 하면, 머리에서 쥐 나니 차라리 땅 파는 일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네요. <어린왕자>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상상력 약발이 떨어진 어른들에게 "늘었어"의 대상은, '자산이 늘었어요. 세금이 늘었어요. 학원비가 늘었어요.' 등 산술적 계산의
대상이 아니겠어요? 하지만, 마타키 케이코의 <늘었어요, 늘었어>에서는 '늘다'의 목적어로 참신한 표현들이 연속됩니다. '아하! 아!
귀여워!'하며 읽다 보니 굳어버린 어른의 마음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스페인을 위시한 유럽과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마티키 케이코는 예술가 특유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세상을 보나 봅니다. <늘었어요, 늘었어!>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순수한 활기에 전염되어 절로 독자의 표정이 밝아질 거예요.
간지의 여백을 가득 매운 우산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저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어질만큼, <늘었어요, 늘었어!>의 여백에는 우산
그림이 가득하네요. 알록달록 어찌나 화사하고 예쁜지 체면 생각하지 않고 장마철 색깔별로 구비해두고 싶어질 지경이에요. "늘었어요, 늘었어" 라는 표현이 자주
반복됩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꼬마독자에게 가벼운 임무를 주면 기꺼이 할 거예요. "늘었어요, 늘었어" 만 읽어달라고
해보세요. 북스토리 아이 출판사 측에서 이 문구만 굵은 볼딕 처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눈치 빠른 꼬마들은 틀림 없이 읽어낼 수 있답니다.
도대체 무엇이 늘었기에, 이렇게 야단법썩일까요? ‘비가 그치니 늘었어요.’, ‘흙장난을 했더니 늘었어요.’, ‘한바탕 놀았더니
늘었어요.’ 엄마라면 알지요. 아이들 흙장난을 하면 빨랫감이 는다는 것을. 꼬마들이라면 알지요. 있는 힘껏 달리고 나면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잠을 푸욱 잘 자고 나면, 그 다음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 힘이 는다는 것을.
<늘었어요, 늘었어!>를 읽고나면, 그 경쾌한 반복 문구가 자꾸 입안에 감돌게 됩니다. 어른에게는 '아하! 보는 눈에 따라
세상이 이렇게 발랄하고 즐거운 곳이구나!'를 세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요, 아이에게는 밥 잘 먹고, 푹 잘 자고, 놀 힘을 늘려서 어서 더
놀고 싶어지게 만드는 든든한 응원군이지요. 사랑스러운 <늘었어요, 늘었어!>, 무더위에 축 늘어지지 말고, 읽고 힘 내봅시다! 신나게
여름을 보낼 힘이 늘었어요! 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