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단식 - 아이의 뇌를 살리는 4주 프로그램
빅토리아 던클레이 지음, 민국홍 옮김 / 토트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디지털 단식

 

 

체지방을 덜어내기 위한 각종 단식,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단식(fasting)에는 본래 영혼의 정화와 고양이라는 목적도 있건만, 지방 공포증에 걸린 현대 사회에서 단식은 오로지, 한 가지 사명, 바로 지방 태우기로 집약된다. 정보 과잉의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정보의 소식(少喰), 디지털 단식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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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본 공포 영화 <쎌 Cell>(2016)에는 폰좀비(cell phone zombie)가 득시글거리는데, 이들은 바로 일방향의 정보 폭식을 한 스마트폰 의존증 사람들, 우리를 나타낸다.  이런 해석, 부인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나마 어른들은 소위 조절력, 자제력이라는 게 있다(고 믿는 듯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화에서도, 생일선물로 스마트폰을 선물 받은 꼬마조차 폰 좀비로 변해 관객을 경악시키는데, 그 취약성은 가히 짐작이 간다. <디지털 단식 (원제: Reset Your Child's Brain)>는 바로 이런 어린이 디지털 기기 중독증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여기서 헤어나오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나쁘다더라'의 '카더라' 통신이나, '나쁘지 않을까?' 의 막연한 불안감에 기반을 둔 책이 아니라, 15년 넘는 임상 경험을 가진 이 분야 전문가가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를 제시하며 기술한 책이다.  

 

 

 

 

 

저자 빅토리아 던클레이 박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서문에서 자신이 어떻게 디지털 중독의 폐해를 임상 사례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는지를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에 따르면, 전자 스크린 기기 이용과잉은 만성적 불안, 집중력 결핍, 분노, 심신붕괴(meltdown) 정신적 문제뿐 아니라 성적 저하, 사회적 능력 감소 혹은 미발달 등의 사회 지능 문제 및 신체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실제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추정하건대, 미국 사회의 경우) 어린이 조울증 환자가 무려 40배나 증가했고, 선진국에서의 IQ 변화 추세가 플린 효과(flynn effect)를 거스르며 하락한다는 보고가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 부모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우리 아이는 내가 관리하니까 괜찮을 거야' 혹은 '우리 아이는 폭력적 게임이 아니라, 교육용으로만 디지털 기기를 유익하게 이용하는걸?'하며 오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기기의 내용보다는 이용량, 그중에서도 쌍방향 스크린 이용량이 전자스크린 증후군(ESS)과 더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한다. 여기서 전자스크린은 비단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컴퓨터, TV, 비디오게임,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 랩톱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전자책 단말기 등을 포괄하며, 쌍방향 스크린은 이용자가 터치스크린이나 키보드 등을 통해 전자기기와 교감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명심할 점은 아이들은 온순한 게임이건, 교육용 컨텐츠이건, 불량 컨텐츠이건 전자기기에 의존함으로써 중독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분명 조절 장애 증세를 보이기 쉽다고 점이다. 따라서 부모라면, 책임 있는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쥐여주기 전에 아이들이 중독에 이르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하거나 이미 중독되었을 경우 적극적으로 디지털 단식을 실행해야 한다.

'디지털 단식'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빼앗는 폭력적이고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다. 가족 모두가 동참하여 전자기기 없는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을 깨닫는 일종의 실험이다. 저자는 이를 "아이의 건강을 위한 투자 (195쪽)"라며 디지털 단식의 단기적, 장기적 이득을 소개한다. 또한, 미국 최고의 정신과 의사 중 한 명으로서 무척이나 구체적인 실천 가이드를 제시한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디지털 단식은 준비에 1주, 실천에 3주, 합해서 4주에 걸쳐 진행해보도록 한다. 준비 단계에서는 문제점 목록을 만들고 구체적 목표를 설정한 후, 다른 양육자들에게 협력을 요청한다. 디지털 기기를 집 안에서 몰아낸 이후 첫째 주에 아이들은 금단증상을 보일지 모른다. 부모는 아이의 과격한 반응 혹은 무기력해짐에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주 더 기다려보라. 단식 2주차부터 아이의 뇌가 숨쉬기 시작하고 3주차에는 치유와 뇌회복이 가속화된다.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은 놀랄 만큼 높아서 3주만 성공적으로 단식해도 아이들의 뇌가 극적으로 좋아진다. 행동, 정서, 사회적 관계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낮은 수준에서 천천히 가라"라는 조언처럼, 디지털 단식은 3주만으로 끝날 이벤트가 아니다. 끝없는 관찰과 신중한 절제가 수반되어야만 진정한 성공에 이를 수 있다. 던클레이 박사를 믿어보고 실천해보자. '디지털 단식!' 아울러 요즘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더해,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침묵시키는 '간편한 처방'으로서 스마트폰 쥐여주기의 해법을 대신할 좋은 대안을 함께 모색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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