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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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제목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이라 하니, 왠지 알야야만할 것 같고, 음식 문화의 정치경제적 접근에 익숙한 독자일지라도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을 자극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의 원제인 <From Jicama to Jackfruit: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Food>에 등장하는 히카마(Jicama)니 잭푸르트(Jackfruit)란 과일은 한국인 독자에게 낯설기에 직역한 제목으로는 저자의 의도를 심상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 킴벌리 A. 위어(Kimberly A. Weir) 교수는 노던 켄터키 대학 정치학과에서 '음식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Food)'이란 이름으로 개설하여 수년 간 진행해온 국제관계론강좌를 <From Jicama to Jackfruit: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Food>으로 펴내면서 음식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위어 박사 스스로도 이 강좌를 꾸려오면서 강의가 책으로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유익하고 매력적인 자료를 대학 강의실에서만 소비하기란 아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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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속 과일이 바로 원제에 등장하는 Jicama와 Jackfr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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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정 식재료나 음식의 계보를 추적하는 역사적 접근도, 조리법이나 영양학 강의도 아니다. 제목 그대로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음식재료를 실타래 삼아, 음식의 생산· 유통 · 소비 과정 이면의 세계정치경제의 흐름, 즉 경제정책과 자본주의, 식민지정책,상호의존성, 개발문제를 풀어나가는 시도이다. 식량 생산에 동원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아동노동 문제, 기아와 비만 등 건강 불평등 문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협하는 식량 생산의 문제 등은 자칫 추상적이고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당장 나 먹고사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데 왜 그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라며 반박할 예비독자가 많을 것이다. 이에 저자 위어 박사가 취한 영리한 전략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식재료인 향신료, 콩, 토마토 그리고 참치 등을 키워드로 성공적인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쏟아낸다. 물론 우리 일상과 닿아 있는 먹거리 소재로 이야기하니 귀가 솔깃해지고 읽기에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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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시작해보자. 최근 비만은 '글로베시티(Globesity)'라고 불릴 정도로 지구적 이슈로 떠오르른데 이는,  비만이 비단 북반구(GN) 아니라 남반구(GS)에서도 사회적 재앙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비만인구의 증가가 단순히 의지력 결여, 단맛의 탐닉이라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음식공급시스템이라는 상호연관된 커다란 돔 아래서 이해할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한다. 즉, 비만의 세계화는 거대 식품회사가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식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칼로리는 높으나 영양가는 없는 음식들이 대량 생산되고, 사람들이 이를 편리함이나 주머니 사정을 이유로 대량 소비하면서 가속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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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당초 음식공급사슬은 '불공평함'과 '위험요소'를 함축한 체계이다. GN과 GS로의 경제적 세계 분할은 비단 21세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식민주의, 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니 말이다. 대탐험의 시대 시나몬, 후추 열매, 정향 등의 향신료야말로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롭게 개편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고, 이런 불균형의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은 대부분 자신이 경작한 작물로 만든 초콜릿을 맛본 적이 없다. (131쪽)"라는 본문의 한 구절이 불평등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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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세계 4대 곡물 중 하나라는 콩과, '채소냐 과일이냐'의 논쟁을 일으켰던 적이 있던 토마토를 예로 들어, GM 음식과 유기농 농법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힌다. 놀랍게도 저자는 '무조건 유기농'의 사고가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생태계에 유해할 수 있다고 본다. 유기농법을 고수하려면 더 많은 물, 토지, 그리고 노동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생산한 유기농 식품으로는 전 세계 기아인구를 모두 구제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의 마지막 장에서는 '참치'를 소재로 '공유지의 비극,' 즉 자칫 재앙으로 치달을 세계환경문제를 이야기한다. 참치처럼 장거리를 이동하는 어류는 공공재로서 세계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이상 멸종에 이를만큼 남획하게 된다. 어획량할당제도(Total Allowable Catch)나 참치 양식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이 있지만, 대중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참치는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단지 참치의 문제만이 아니라, 참치를 천적으로 삼는 해파리의 습격이 더 심해질 것이고, 해양 식량 자원은 엉망이 될 것이다. 결국 상호의존,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음식을 둘러싼 각종 문제는 너의 문제가 될 수 없고, 국경을 넘어 공영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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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는 저자 위어 교수가 대학 강의하며 수강생 에세이 과제로 내주었을 연습문제와 단원 정리 문제, 생소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책 속의 책 페이지가 있어 제대로 활용할 여지가 많기에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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