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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의 헛소리뷰 - 영화편
참붕어 지음 / 다생 / 2015년 11월
평점 :
참붕어의
헛소리뷰
'참불어.' 실수로 저자의 필명 '참붕어'를 '참불어'로 잘못
적었는데, 틀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 '때론 고발자인양, 때론 투덜이 스머프인양, 때론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알콜중독자마냥 횡설수설하며 할 말 다
해대는' 그의 작업은 큰 틀에서 보면 '다 불어!'의 성격이 강하니까. <참붕어의 헛소리뷰>라는 참신하고 산뜻한 책을 만났다.
380여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에 때론 '한 문장 마다 문단 바꿔치기' 기법의 편집이 등장하여 독자의 눈을 어지럽히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영화리뷰라지만 대학교 대자보에 올라가는 사회풍자 에세이같기도 하고, 술마시고 마구 끄적인 일기나 음담패설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자유롭기
그지없어 읽는 이의 긴장도 해제시켜주는 책이다.
*
참붕어,
필명 한 번 잘 지었다! 붕어라니! 비록 '망망대해'가 아닌 연못에서 활개칠지라도 얼마나 자유로운가. 남에게 잘 보이려 포장하거나 남 눈치볼
필요가 없다. 평가에 연연해 언어를 정제할
부담에서 자유로우니 참붕어는 비문에 비속어에 주술 불일치의 문장도 마구 구사한다. 참붕어는
소위 '평론가'라는 번쩍이는 권위의 갑옷을 입고 펜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다. 그는 평론을 업삼는다는 면허증을 내세우는 것도, 직함이나 소속
들먹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디지털 지문을 NAVER에 꾸준히 '마음 가는 대로' 남겨온 것이다. 2006년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영화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지 어언 10년, 2014년에는 조회수 600만에 달하더니 2015년 조회수 누적조회수가 1000만에
달하였으니, 이쯤해서 그를 붕어가 아닌 가다랑어로 부르고 싶어지기도 한다. 서문에서 그는 적었다. "(영화
리뷰 쓰기를) 장기간 지속하기에는, 그것도 아무런 보상 비슷한 것도 받지 않고 시간을 들여가며 한다는 것은 엄청난 근성 외에도 더 특별한 정신적
내구력이나 타고난 자질 같은 것이 필요할 것이다....(중략)....모두를 위해 나의 시간을 불태워, 나는 보상도 바라지 않고 10년을
살아왔다." 정말 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생업도 아닌 일을 10년간이나 꾸준히 해왔다는 점, 영화의 편식을 하지 않았다는 점,
문체와 리뷰 형식이 자유분방 그자체의 실험이라는 점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
참붕어 영화 리뷰 중 '역대 급
베스트'만을 모아 펴낸 <참붕어의 헛소리뷰>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리뷰는 바로 "물리 4등급이 본 <인터스텔라>"와
"영화감독에 따른 터미네이터 버전 <터미네이터 5: 제네시스>." 참붕어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영화를 섭렵해왔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리뷰인데다가 참신하다. '김구라 저리 물렀거라 '해도 좋을만큼 구라도 심하게 양념쳐서 본인이 8살 때 천체물리학에 심취한 천재였으나
한국의 공교육이 이를 알아주기도 감당해주지도 못했다는 식이다. 한국의 공교육, 제도권의 권위, 여러 통치의 기술에 대한 참붕어의 반감은
비단 <인터스텔라> 리뷰 뿐 아니라 여러 글에서 드러난다. 특히 참붕어는 공교육에 심한 환멸을 느껴왔고, 1984년생 대한민국 젊은
미혼자로서 느끼는 불안과 중압, 대한민국 군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나이로서의 울분을 리뷰 곳곳에 담아 놓았다. 예를 들어, 리뷰 중간중간
마치 권위있는 이론을 끌어온 듯 각주를 달고는 '전혀 근거 없다' '허위 사실이다'라는 식의 반전 코드를 심어 놓는다. <나를
찾아줘>의 리뷰에서는 "청자들의 노골적 카타르시스를 위한 안티체제의 클리셰적 중용과 단
한시도 아타락시아를 얻을 수 없게 만드는 탈헬레니즘적 묘사를 아우프헤번하여 영화 전반적으로 메타포되는 예측 가능한 스케일의 한도 안에서
게슈탈트-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서 얻을 니힐리즘적 감상을 통해 착불로 승화될 것으로 보인다(178쪽)"라는 해독기
없기는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뜻 없는 문장을 나열하며 식자를 조롱한다.
참붕어의 글쓰기 스타일이야 말로 자유분방 그
자체인데, 솔직하고 남의 눈치 안 보는 성격이 없었던들 그리 쓰지 못하였으리라. '노통'을 존경하는 그는 노통이 살아 생전 사냥하려 했던
뱀파이어들 중 상당수가 "B형의 똘끼가 충만한
사람들(192쪽)"이라며 (비록 농담일지라도) B형들의 배알을 꼴리게 하기도 하지만.....
한 우물 10년 판 자에게서 나오는 여유와 해학,
재미있다. 한 때 영화 전문 잡지 정기구독하고, 지하철에선 꼭 손에 쥐고 다니며 문화적 취향을 과시했던 허영덩이로서 참붕어의 리뷰들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다.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소리를 내어야 소통이 되지. 그런 의미에서 나도 참붕어의 10년 리뷰
경력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똘끼'를 발동시켜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