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 글로벌 컨설팅 펌의 지적 전략 99
야마구치 슈 지음, 이현미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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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에 문외한이며 비즈니스 관련서적은 거의 읽지 않지만, 궁금했다. 요즘 왜 이리 '컨설팅'이니 '컨설턴트'라는 말을 일상에서도 많이쓸까? '경영컨설팅'의 개념이 일상으로도 확대되어 심지어는 '수납 컨설팅'이니 '독서 컨설팅'이란 말이 전업 주부들의 수다에도 오르내린다. 바야흐로 지식을 특허내고, 지식을 돈 주고 사고 파는 전성시대인듯 하다. 그런데 정작 '컨설팅'이란 말은 많이 빌어 쓰면서 그 작업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어떤 전략과 프레임을 구사하는지 알지 못하니 스스로 안타깝다.  그래서 집어든 책,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글로벌 컨설팅 펌의 지적 전략 99'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일본 아마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랐다. 역시나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저자가 집필했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약 2,000명의 기업인에게 '지적 생산 기술' 및 '지적 전략'을 강의하면서 아무리 스펙이 화려한 인재일지라도 '행동 방법'을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깨달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기존의 컨설팅 관련서에서 '사고의 기술'을 강조했다면, 그 생각을 손과 발로 실현해내는 '행동의 기술'을 집중공략한다. 메세지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컨설팅 업계 관련자뿐 아니라 지적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일반대중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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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마구치 슈는 독자에게 99가지 충고를 돌직구로 던지며 가장 먼저, 지적 생산 작업에서의 차별화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짚고 넘어간다. 통상 '비교와 경쟁을 통한 차별화'를 떠올리겠지만, 저자는 '고객이 이미 보유한 지식과의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식의 변별화를 꾀할 것인가? 저자는 먼저 그 지식을 요청하는 고객, 즉 지적 성과의 수요자를 명확히 파악한 후 지식의 깊이와 넓이 중 어디에 승부수를 둘 지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이어 '최종산출물'의 '납품기일'(지식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을 가진 나로서는 이런 표현이 상당히 어색하기만 하지만 저자는 컨설턴트로서 지식을 상품으로 취급하여 이런 표현을 채택한 듯 하다)까지 주어진 시간과 활용 가능한 자원을 확인한 후, 정보 수집에 돌입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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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산은 결국 행동의 집적(集積)에 불과"(78쪽)하며 "정보량은 운동량에 비례(78쪽)"한다고 보는 저자는 2차 자료보다도 1차 자료를 중시하기에 컨설턴트더러 현장의 인류학자가 되보라고 요청한다. 구체적으로는 '벽 위의 파리(Fly on the wall)'관찰법을 쓰되 관찰자가 현장을 오염시키는 '호손 효과(Haethorne Effet)'를 최소화하고, 발을 많이 움직이라는 충고도 던진다. '행동하라'의 메세지는 단지 정보 수집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 프로세싱 과정에도 적용되는데, 저자는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110쪽)이라고까지 말한다. 실제 종이나 화이트보드를 최대한 활용하며 써보라는 의미이다. 직접 손으로 써보기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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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에서는 지적 생산 과정을 ‘전략, 투입, 프로세싱, 산출’이라는 네 단계 순으로 설명하며, 각 단계에서 필요한 행동의 기술을 군더더기 없이 명령문으로 제시한다. 끝으로 ‘적층 지식 축적 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지적 생산의 질과 효율성을 중장기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소개하는데 물론 '깊은 독서'는 그 한 방편으로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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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를 읽다 보니 '경영 컨설턴트'란 지식 생산자인 동시에 지식 판매자라는 이미지가 그려졌는데, 다음의 문구에서 그 부정적 이미지를 약간이나마 수정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엘 고어 전미 부대통령의 <불편한 진실>을 여러 차례 예로 들면서, "지적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항상 행동을 제안한다.' 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96쪽)"고 말한다. 또한 지적성과로 세상과 소통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통찰,' '행동'을 꼽은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건데, 저자 야마구치 슈가 말하는 '행동'이란 세상의 변혁을 위한 실천이라기보다는 지적 생산 과정의 산출물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킬 해답으로서의 행동 방편일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를 읽으며 '지식'의 가치, '지식 생산'의 주체와 방법, '지식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등에 대해서 저자와 교집합과 여집합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컨설팅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다른 메세지를 던져줄 듯 하니, 단언은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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