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면 콩닥콩닥 6
닌케 탈스마 그림, 핌 판 헤스트 글 / 책과콩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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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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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 판 헤스트의 <안경을 쓰면>을 읽다 보니, 기억의 창고에서 오래 묵혀두었던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습니다. 5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조용히 저를 부르시더니, 수첩을 꺼내 적힌 글을 보여주셨습니다. "신체검사하다가 왜 **가 울었을까?" 저는 대답하는 대신 배시시 웃으며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섬세하게 아이들을 관찰해주신 스승에 대한 감사함은 한참이나 큰 후에 들었고, 당시에는 비밀을 들키기 싫은 마음이 앞섰거든요. 시력 검사를 하는 데 두려웠습니다. 점점 시력이 나빠지고 안경이 두꺼워지면 어쩌나 하는. 그 후로도 대학 입시의 중압감이 커질 때면 눈동자의 흰 자가 검은 먹물로 차오른다든지 하는 공포스러운 꿈을 자주 꾸었죠. 커서도 남들 가기 싫다는 치과는 까페처럼 드나들어도 안과에 갈 때면 침을 몇 번을 삼켜야 할 정도의 포비아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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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 판 헤스트( Pimm van Hest) 역시 어린 시절 안경쓰기 싫어서 울어본 기억이 있었을까요? 어쩌면 이렇게 안경 쓰기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지요? <안경을 쓰면>에도 안경 쓰기 무서워하는 소년, 에두아르드가 등장해요. "안경을 써야겠구나!"라고 말씀하시며 '매의 눈'을 흉내내시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에두아르드는 생쥐가 된 기분입니다. 비웃음을 당할까봐, 안경을 쓰면 세상이 갑자기 확 바뀌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엄마아빠와 안경점에 가서도 '투명 안경'을 찾습니다. 엄마아빠는 웃어 넘기지만, 안경점 아주머니는 "이해해."라면서 비밀을 이야기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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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단다.

아주 특별한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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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말씀이 맞았어요. 에두아르드는 안경점 아주머니가 잃어버렸던 결혼 반지를 책상 밑에서 찾아냈고요, 엄마아빠는 찾지도 못하는 간판까지도 읽어내요. 안경을 쓰니 밤중에 몰래 기어들어오던 괴물의 정체까지도 분명해지네요. 무서워할 게 없어졌어요. 가장 좋은 건요, 바로 단짝 친구!

안경을 쓴 에두아르드는 이제 교실 맨 앞 줄에 혼자 앉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주근깨가 귀여운 린다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안경을 쓰기 전엔 몰랐던 린다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면서 에두아르드는 배 속에 나비가 들어온 듯 간지러워졌어요.

<안경을 쓰면>에서 안경은 물리적인 렌즈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조금 다르게 보면, 두려움을 걷어내고 세상을 마주하면 예전에 놓쳤던 다른 것들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르게 보이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결국 나를 둘러싼 관계도 달라지고 삶이 다르게 보이겠지요. 안경을 썼어도,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아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의 문제 일 거예요. 나의 렌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렌즈도 궁금해하고 다른 렌즈들로 본 세상을 조율할 때 세상은 조금 더 조용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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