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사들
오은영 지음 / 북산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모 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20150417_111809.jpg

 

 

 


<호모 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의 책장을 넘기다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가장 먼저 저자의 매혹적인 미모에 놀랐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취미로 배운 마술에 매료된 오은영은 직업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놀라움은 저자의 대범함. 저자는  "마술은 인간의 삶 그 자체였고 인간은 마술적인 삶을 줄곧 살아왔다(9쪽)"라며 '호모 매지쿠스(Homo Magicus)' 라는 신조어를 제안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나  호이징아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등의 용어는 들어보았지만, '호모 매지쿠스(Homo Magicus)'라니! 직업 마술사로서 "마술이 인류의 역사에서 주변이 아닌 존재양식 그 자체(8쪽)"이라고 주장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과연 어떻게 인간의 '호모 매지쿠스'성을 입증해낼 것인가? 궁금해졌다.

대학(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오은영은 인간을 호모 매지쿠스로 그려내는 데에  전공인 역사에 기대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서양 미술사. 안타깝게도 올 2월 타계한 미술 해설가 (고)윤운중의 도움과 조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20150411_225026.jpg 
 
저자 오은영

여타 미술사 책에서 자주 접하지 못 했던 명화와 역사적 자료들 덕분에 <호모 매지쿠스>는 비단 마술 전문가뿐 아니라 문외한에게도 예술적 호기심을 일깨우고 지적인 즐거움을 충족시켜준다. 서양미술사를 전공하지도 않았을텐데, 그 방대한 자료를 '마술'을 키워드로 재구성 편집해낸 저자의 노고가 놀라웠다. 다만 루브르 박물관만도 천여번을 들락일만큼 미술사에 흠뻑 빠졌던 윤운중의 해석을 1차자료 삼아 오은영이 2차 해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만의 독자적인 미술사 다시 읽기 작업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책 읽는 내내 들었다. 


 또한 저자가 야심 차게도 인간을 '마술'이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하겠다며 '호모 매지쿠스'라는 신조어를 제안했지만 지나치게 서양미술사의 자료와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한 마술가들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반쪽짜리 호모 매지쿠스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동양 / 서양이 이분되는 세계가 아니며, 저자도 빅토리아 시대 인도의 마술이나 저자 학창 시절의 분신사바나 야바위 게임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에서의 마술의 개념이나 실천을 독자적으로 다뤘다기보다는 흔한 설명 구도인 '오리엔탈리즘'의 틀에서 소개하는 선에 그쳤다.  

하지만 저자가 <호모 매지쿠스>를 집필하게 된 진정한 의도를 곱씹어 생각한다면, 이런 비판은 슬그머니 내려두고 싶다. 저자 오은영은 마술을 단순한  쇼로써, 마술사 역시 엔터테이너로서만 좁게 보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삶에서 마술은 어느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삶의 양식과 얽혀있고, 인간이 상상하고 초월을 꿈꾸는 존재인한 마술은 앞으로도 인간과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50411_225059.jpg


 

 
 
<호모 매지쿠스>에는 마술과 관련한 명화, 포스터, 사진이나 책의 삽화 등 다양한 자료를 배치하고 있어 문화사나 미술사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럽과 북미에 치우친 자료이기는 해서 정작 한국이나 동양에서의 유명한 마술가나 마술적 실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서양에서 활약한 마술사나  흥미로운 이벤트에 대해 새로 알게 될 점이 많다.
 
 
20150411_225150.jpg


 

20150411_225258.jpg


 공중부양이니, 카드마술, 탈출 마술 등에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모자 마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토끼 출산 소동"이었다. 영국의 메리 토프트(Mary Toft)이 토끼를 출산했다는 소문에 궁정의사까지 파견되어 진위를 확인했을 정도로 1700년대 영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물론 후에 사기로 판명되었지만 1800년대에 모자에서 흰 토끼를 꺼내는 마술에 영감을 주었음을 틀림 없다.  '토끼 출산 소동' 에피소드가 "마술과 섹슈얼리티, 매혹적인 여자들"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부제 아래 소개되는 점이 독자로서 의아스럽지만(마술이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마녀사냥 사례를 소개하긴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 '마술과 섹슈얼리티'라는 부제를 달았는지?), 흥미로웠다.

 

20150417_112715.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