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육아 - 누구나 하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
야순님 지음, 서현 그림 / 위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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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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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대화 중, 우연히 들었던 문장이 한 동안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았다. "여자는 가방끈이 짧으나 기나, 무슨 일을 했거나 상관 없어. 애 낳고 키우면 다 똑같아져. 한국에서 사회생활 하는 여자들은 친정엄마가 대신 헌신해주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아기 낳은 여자들 삶은 다 똑같아져." 말 뱉은 이는 깊은 고민 하지 않고 툭 던졌겠지만, 맞장구치기엔 씁쓸하고 부인하기엔 현실을 콕 집은 말이기에 불편하게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보통 육아>를 처음 집어들었을 때, 솔직히 '에게게...'싶 었다. 요즘 육아서 시장에는 아동 심리학이나 소아정신과 박사 학위 소지의 저자는 기본이고 화려한 편집과 비주얼도 보너스로 갖춘 육아서도 흔하니까. <보통 육아>는 제목만큼이나 '보통'스러워보였다. 일기인지 에세이인지 경계불분명한 자유분방 문체였고 굳이 학벌로 따지자면 저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결혼한 임신한 케이스였다. 일러스트레이터 서현 작가의 감성적인 일러스트레이션 몇 컷이 고작일 뿐, 내지의 컬러감도 편집도 소박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 수록, 책 읽는 속도가 늦춰졌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필명 '야순님'이자 세 딸의 엄마인 저자의 직설화법과 야생의 지혜로움에 감탄하느라..... 그제서야 보통 육아의 부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하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 그렇게 저자 야순님은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사까지 소급해들어가며 누구도 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쉽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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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량육아>, <전투육아>를 나란히 읽었기에 자연스레 <보통의 육아>와 비교하며 읽게 된다. 솔직한 비교평을 하자면, 야순맘은 애써 '통통' 튀어 보려 팔색조 날개 팔락이지 않고 참으로 수수하고 소박하다고나 할까. 전투육아의 서현정 작가처럼 '음쓰(음식물쓰레기)' '낮버밤반(낮에 버럭 밤에 반성)' 등의 발랄한 축약유행어를 구사하지도 않는다. <불량육아>의 김선미처럼 '돈 별로 안 들이고 오로지 책육아, 책육아에 올인해서 하은이 영재만들었네요. 호호호'의 은근 과시도 하지 않는다.


야순맘은 소박하디 소박하다. 높고 낮음을 구별지으려는 인식자체가 적은 듯 하다. 자식 자랑도 그다지 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육아의 왕비'를 자칭하는 거만함도 없다. 투박하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가끔은 성직자의 고해성사처럼 절실하고도, 막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마냥 순수함해보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무엇무엇으로 키우기 위해 낳은 아이들이 아니다."라는 한 마디에서 그녀의 수평한 부모자녀관을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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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순맘은 스물 셋에 엄마가 되었다. 며느리를 못미더워하시던 시어머니가 그녀에게서 엄마로서의 소소한 즐거움과 자부심을 앗아 갔다. 시어머니를 향한 서운함과 박탈당한 엄마경험에 대한 분노를 야순맘은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풀어냈다. 아홉살 다 자란 아이를 야순맘은 다시 마음으로 새로 낳았다. 세 딸아이의 엄마로서 야순맘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이라면 '자식은 아롱이 다롱이,' 다름을 인정하고 맞춤형 모드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솔비에게는 솔비 엄마, 예린이에게는 예린이 엄마, 막내 소아에게는 소아 엄마로서 세 배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자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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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순맘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육아를 하지 않는다. 육아방식과 육아철학이라는 걸 통해서 우아하게 자기 과시하고픈 욕구를 일찌감치 눌렀다.  대신 솔직하게 엄마로서의 희로애락과 성장기, 애끓는 모성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는 기교가 없는데도 사람을 매혹시킨다. "말도 안 통하는 아이와의 24시간은 멀쩡한 정신 가진 사람도 어느 순간 헐크로 변신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인 듯하다."라는 문장에서 면죄부형 카타르시스를 느낀 독자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듯. 야순맘이 고맙게로 '좋은 엄마 컴플렉스' 무장해제시켜주었다. 그녀는 간단히, 명료히 말한다. "엄마만의 시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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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순맘은 애 셋 키우랴, 블로그 운영하랴 바쁜 나날에도 사회 부조리를 고민한 듯 하다. <보통 육아>에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부조리에 대한 분노도 배여 있다. 임대 아파트 아이들을 차별하는 개*같지도 않은 세상에 욕도 하고, '나쁜 요즘 아이들'이란 어쩌면 어른들이 만들어낸 거울상이자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반성도 하고, 가족의 형태와 가족애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주장도 한다. 또한 요즘 대세이자 육아의 만능열쇠로 추앙받고 있는 '책육아'의 일률적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보통 육아>, 보통이지 않은 지혜롭고 정의로운 엄마가 썼다.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sysche 에 들어가보면 온통 <보통 육아> '2권만 사주세요. 사주세요' 하는 귀여운 강매의 어구가 반복되지만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진심으로 많은 이들이 <보통 육아>를 읽고 건강한 보통 상식, 평범하기에 더 아름답고 더 진솔한 육아의 가치를 다시 느끼기 바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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