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여우 달마중 7
김기정 지음, 김홍모 그림 / 별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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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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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예쁜 여우 한마리, 털부숭한 꼬리에 곱게 땋은 댕기채까지 들어 올리고 피자두를 앙큼 물고 있다.  표지 그림 부터가 호기심을 끌어내는 동화집, <빨간 여우>.  '왜 불여우가 아니라 빨간 여우야? 치마 밑에 꼬리 몇 개를 더 감추고 있을까? 구미호일까?' 이런 저런 물음표를 던지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가 폭 빠져들었다. 아하! 유레카! 김기정 작가, 이런 글을 쓰는구나.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성석제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능청능청 해학을 담은 입담 때문일까?

이런 말 조심스럽지만, 사실 요즘 초등학생을 주 타겟삼아 출간된 동화들의 정형성에 다소 신물이 나던 차였다.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엄마, 스마트폰 주물거리는 친구들, 간혹 공간이동해서 다른 세계에서 놀며 배우는 스토리텔링 학습의 프레임까지 많은 경우 예측가능한 진부함이었다. 하지만 <빨간 여우>는 독특한 소재와 입담으로 눈과 귀를 번쩍 열어준다. 기발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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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기정은 말한다. <빨간 여우>에 실린 네 편의 작품은 어린시절 작가와 닮았다고. "니처럼 살 통통하게 오른 애덜 갈은 좋아한다드라."며 겁주는 어른들의 말에 늑대와 여우를 겁내하던 꼬마, 어수룩한 밤 동네 어른들에게 옛이야기를 듣던 꼬마, 능청능청 거짓말을 잘 했던 꼬마. 꼬마 김기정의 기억이 씨앗이 되어 네 편의 탐스러운 동화 열매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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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떡 욕심 많았던 꼬마 김기정을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로 "나귀가 웃을 일"을 소개하고 싶다. 동화책에서 나귀들이란, 웃음의 대상으로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도대체 나귀까지 웃을 일이라니 어떤 일일까?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오늘은 떡을 먹을라나' 자다 깨도 떡 생각, 아침에 눈 떠도 떡 생각뿐인 꼬마가 스님이 부르시기에 냉큼 달려간다. 떡 주시려고 부르셨나 했으니까. 알고보니 나귀를 몰아달라는 심부름이었다. 아이는 심부름값으로 받은 동전 한닢으로 떡 사먹을 생각에 신이 난 나머지 나귀 고삐를 놓친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집에 돌아가 어머니 무릎에 앉아 코를 훌쩍이면서도 아이는 허리춤의 동전 한닢을 만지작거린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떡장수 할머니를 찾아다녔을 아이가 절로 눈 앞에 그려지면서 빙그레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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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아이는 "수탉은 힘이 세다"에 큰 감흥을 받았나보다. 킬킬거리며 웃더리 단숨에 긴 독후감을 적어내려간다. 괴바새발 횡설수설 독후감이었지만 아무튼 아이가 큰 감동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9살 아이는 "수탉은 힘이 세다"에 큰 감흥을 받았나보다. 킬킬거리며 웃더리 단숨에 긴 독후감을 적어내려간다. 괴바새발 횡설수설 독후감이었지만 아무튼 아이가 큰 감동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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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은 힘이 세다"는 두꺼비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늙은 수탉 이야기이다. 초복 중복 말복에 명절 차례상까지 매년 위기를 견디며 살아 남은 늙은 수탉, 마을에 남은 마지막 수탉이다.  다른 닭들은 훼를 치러 새벽녘 지붕 위에 올랐다가 차례로 솔개에게 봉변을 당했으니까. 늙은 수탉의 운명도 뻔히 그려지기에, 두꺼비는 그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지켜봐 주기로 한다. 하지만 왠 걸. 늙은 수탉은 주인이 술에 잔뜩 취해 토해놓은 토사물을 말끔히 먹어치운다. 알콜의 힘을 빌었는지 장대 위로 올라가서 "꼬끼오"거렸는데 솔개는 수탉에게서 풍기는 고약한 술냄새에 도망가 버렸나보다. 간접 흡연이라는 말은 익숙해도 간접 알콜 중독의 수탉은 처음이다! 김기정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엄지 손가락을 처들다가도 잠깐 궁금해진다. 작가의 어린시절 동네 실화였을까?

 

표제작 "빨간 여우"도, "넌 뭐가 될래?"도 능청흥청 참말로 재밌다. 단편동화 읽는 재미 쏠쏠 느껴보고 싶은 이 있다면, <빨간 여우>를 손에 들려주고 싶다. 직접 읽어봐야 킥킥 웃음 터져나오는 재미를 느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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