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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과의 권력대담
마이클 만 외 지음, 김희숙 옮김 / 생각의길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대담집, 특히 사회과학 등 전문 분야에서의 최고전문가들간 대담집의 장점은 위압해오는 거대개념들을
일반인들에게도 조금 더 쉽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마이클 만(Michael Mann)의 2011년도 출판작이자 <사회적 권력의 원천들
(The Sources of Social Power)> 연작 시리즈의 세번째 볼륨인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원제: Power in the 21st
Century)> 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독자에게 고마운 책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마이클 만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이자 UCLA 교수이다. 대담은 마찬가지로 사회학과 교수(캐나다
McGill
University)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홀 (John
Hall)이
진행했다.
마이클
만의 연작이 사회학계에서 신고전처럼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막스/베버적 (Marxian/Weberian)의 전통에서 변별되도록 권력을 네 가지
흐름에서 분석하기 때문이라 한다(참조). 그는 사회적
권력의 차원을
'이념적,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의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사실 제목만 보고 유추했던
바와 달리,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은 권력 개념
자체의 이론화에 주력하지 않는다. 대신, 권력의 지형도 변화를 역사의 맥락에서 해독하여 나아가 미래의 지구촌이 직면할 환경 재앙까지 예견하는,
스케일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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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어용학자'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소신있고 솔직한 학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인 학자로서 그는 "미국의 미래"라는
소제목으로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할 만큼 미국에 주목한다. 비록 미국이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덫에 걸리
사회"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되려면 오래 걸리리라, 즉 상당기간 계속 미국은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유지하리라 전망한다.
하지만 마이클 만은 압도적으로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후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맹비난을 여러 차례한다(pp.56-7). 특히
"2003년 이라크 침공은 테러에 효과적 대응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위협만 더 키운 재앙(pp.49-51)"으로 비난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체제를 전복할 수는 있지만 재건할 수 있는 이념적,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했기(pp.53-55)" 때문이다. 게다가 '관중 - 스포츠
군사주의(spectator-sports militarism)"를 낳은 미국의 침공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마이클 만은 "미국의 법과 정치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중에 있고 경제적 권력관계들이 정치 영역을 공공연하게 침범 (p.82)"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들이 중요한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결정(p.84)"해버린다며 대놓고 쓴소리를 한다.
쿨!
마이클 만은, "미국은 제국주의적 권력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통해서 인정받은 리더 국가 (p.66)"로서 강제적 물리력으로 많은 지역을 지배하는 대신 "부드러운
지정학'soft
geopolitics' (110)으로 지배하는 제국의 성격을 띤다고 본다. <사라진 권력, 사라질
권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9장과 10장인데, 9장에서는 20세기가 전쟁이라는
도박으로 인한 우연성의 세기라면 21세기는 필연의 세기라는 해석이 돋보인다. 필연이라니 궁금해질 예비독자가 많을 텐데, 마이클 만은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가진 예기치 못한
환경 파괴성의 위기(39)"에 필연적으로 처할 것이며, "환경주의가 토탈 이데올로기(total
ideology)"(224)로 작용하리라고 예견한다. 환경 문제는 분명 인류가 모두 직면한 재앙이나, 21세기에 부상한 신자유주의 때문에 재앙의
임계점(인류 최후의 순간)에 이를 지경이 되어야 환경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될지 모른다며 마이클 만은 현실적이면서도 두려운 전망을 한다. 그가
준비하는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본격 다루겠다니, 이왕이면 보다 강도 높게 '인류 최후의 순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도록 행동하라고
촉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