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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그림책 - 최은희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ㅣ 창이 환한 교실 4
최은희 지음 / 상상의힘 / 2014년 6월
평점 :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단숨에 다 읽고, 이후 여러 독서 모임에서 열렬히 소개하고 다니던 책이 있다. 바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시집을 내는
대신 시집만 갔다"는 그녀는 "아이를 업은 서른의 여자가 비 오는 저녁.....퇴근길에 앞집에 맡겨 두었던 아이를 들춰 업고, 한 손에는 저녁
찬거리를 들고 어깨에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들었다........그러면서 시를 포기했다.(<학교로 간 그림책> pp. 211-2)" 며 다소 자조적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가 얼마나 열렬히 시인이기를 꿈꿔왔는지, 여전히 시 쓰기를 갈망하고 문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얼마나 부지런한지를
<학교로 간 그림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교생일기처럼 상세하게 아이들과의 소통의 흔적을
담은 이 책은, 숱하게 쏟아져 나온 "그림책읽기 교육서"와도 다르고 현학적으로 그림책에 대한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책과도 차별된다. 최은희 선생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생각이 살아 숨쉬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생생하게 드러나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단, 이 책에서 소개된
그림책에 대해 사전정보가 없거나 아이들의 폭포처럼 좔좔 쏟아지는 말의 향연에 인내심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따분할 수도 있겠다.
작가는 '가르치기 위해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그림책을 보여
준다.'는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정신적 탈피를 계속할 수 있는지 <학교로 간 그림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30권의 그림책 중 3권의 소개로 리뷰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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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어보았던 그림책이다. <열한 번째
양은 누굴까?> 어린
생명들을 진도 앞 바다로 영영 떠나보내고 '선내에 있으라"는 명령이 저주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귀 속에 파고든 최근, 최은희 선생의 해석으로 다시
읽으니 새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 책을 세월호 참사 이전에 집필하였을까? 미국산 쇠고기를 예로 들어, 믿고 의지할래야 할 수 없는 어른들의
경박한 무책임감을 이야기한다. 열마리의 양들 사이 숨어 있는 늑대를 못 알아보고 우리로 들여 놓은 양치기 샘, 이와 대조적으로 늑대 다리의 털과
날카로운 이빨을 알아보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양들의 모습에서 세월호가 겹친다.
최은희 작가는
놀랄만큼 솔직하게 유년기의 궁핍하고 암울했던 기억을 툴툴 털어 보여준다. 막내를 낳고 산후조리는 커녕 남의 집 밭매주러 다니다 한 밤중 요강에서
볼일을 마치고 그대로 쓰러져 흰자위를 드러내던 엄마에 대한 기억,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산골 외딴 집에서 언니들과 엄마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밤마다 울었던 기억을 툭툭 던져 보여준다. 작가는 <벽 속에 늑대가 있어>에서 소통이 없어 숨 막힐 듯한 집에서 숨 눌려가는 아이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고백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소통과 교감의 온기로 야생의 늑대를 쫓아 버려야
한다."고......
<학교로 간 그림책>의 4장에서 최은희 작가는 우리 그림책을 집중 소개한다.
그 중에서 <혼자 가야 해>에 얽힌 에피소드가 인상깊다. 오토바이 역주행 사고로 즉사한 작가의 큰 아들이 부들부들 떨며, "엄마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지?"라 연거푸 묻자 시인을 꿈꿨던 엄마는 시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려 든다.
"제주도에서는 예전에 혼례복과 수의가 똑같았대. 제주도 사람들은 결혼이나 죽음을 똑같이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긴
거지."라 하자 아들이 최은희 작가를 향해, "뭔 소리여. 엄마는 내가 죽으면 어떨 거 같아. 지금 한 말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라며
정곡을 찌른다.
*p.96 그림책 표지 이미지 사진 밑 캡션 오류 :
<날쌘돌이> 대신 P.90의 <치킨 마스크>정보를 잘못 넣으셨네요. 2판 인쇄에서 수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